[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선제적으로 EU에 원유수출을 중단하겠다는 나서면서 이란 제재의 실효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EU는 곡물수출을 중단하겠다면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란은 즉각적으로 변동환율제를 고정환율제로 바꾸는 등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더구나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 문제가 오랫동안 논의되면서 이란은 식량자급률을 90%까지 끌어올린 상태여서 EU의 곡물수출 중단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송로다. 이란 재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수출을 원천적으로 막아 돈줄을 막겠다는 미국의 압박에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란이 원유수출을 중단할 경우 국제유가가 최고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는 이란이 원유 수출을 멈추면 하루 평균 약 15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지난해 전 세계 유가상승을 초래한 리비아 사태에 상응하는 악재가 될 것을 우려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에 세계 경제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주미 한국대사관 공문에 나타난 짐 웹(Jim Webb) 미 의회 동아태소위원장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전반적으로 금번 제재 조치가 효과면에서 미미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은 제재안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 의회 상·하원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에 서명할 당시, 일부 조항은 외교, 안보 정책 수행에 부여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에 위배되는 사안으로서 이에 대해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부서를 달았다.
아울러 그는 이란 제재를 점진적으로 하자며 의회를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 최고통수권자도 제재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유대계 유권자들의 표와 정치후원금이 대통령의 의회 설득을 막았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과거 경제 제재로 정치적 목적을 이룬 성공률이 10%가 채 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스위스 석유회사 '비톨'은 지난해 내전상태의 리비아에서 반 카다피군으로부터 원유를 구입해 정제한 뒤 이미 금수 조치가 내려진 시리아 아사드 정권 등에 되팔아 1조1000억 원의 이익을 챙긴 바 있다.
경제적 제재를 통한 정치적 목적를 달성하겠다는 미국의 조치가 경제적 효과조차 이루지 못한 것이다.
최영철 서울장신대 교수는 이번 제재조치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이 미국과 맞서는 데 핵보유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재정적자가 심각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 201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제재안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새 제재안 때문에 이란이 20여년에 걸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제재를 주도한 미국 백악관에도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미국의 국방수권법 도입은 이를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내 국민 여론도 곱지않다. 지난해 11월 미국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연구소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민들이 60%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효과가 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한편, 박찬기 명지대 교수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수송은 7%밖에 안된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경제적 손실이 없는 미국이 자국 내 정치일정 때문에 아시아 국가를 볼모로 실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제재조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