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박관종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책정한 저상버스 도입 지원 예산의 절반을 다른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교통약자에 대한 정책을 등한시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약자 복지에 사용됐어야 할 국비 67억여원은 불용처리됐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선거 당시 2014년까지 서울시 저상버스 운영 목표(7500대)의 40%(3000여대)까지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바 있다.
사업 초기인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시가 도입한 저상버스는 1667대로 박 시장의 공약대로라면 시는 올해부터 3년 동안 해마다 400여대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5일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두 기관이 합의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따라 지난 한해 370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 논의 없이 예산 전용..국비는 ‘불용’
이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지원금은 버스 1대당 1억원씩 모두 370여억원으로 국토부가 40%(140여억원), 서울시가 60%(230여억원)를 각각 부담하기로 하고 예산을 수립했다.
운수회사는 저상버스 대당 가격인 2억원 중 절반을 국시비로 지원받고 나머지 1억원을 투자하면 된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CNG버스 대당 가격이 1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업체 부담 없이 저상버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상반기 199대 도입 이후 171대에 대한 예산 100억여원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하반기 집행해야 할 국비 67억여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고스란히 날아가 버렸다.
시는 100억원의 교통약자 복지 예산을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일반예산으로 돌려 시장 공약사업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사업에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 1200만명의 노인,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 중 서울시에만 2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인데 목표달성이 안 돼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 예산은 정부와 시가 매칭펀드로 조성한 것으로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할 경우 사전 협의가 필요하나 시는 이마저도 없었다"며 "그 바람에 복지예산 수십억원이 불용처리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장애인들도 시의 저상버스 예산 전용에 불만이 많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지난 12월26일부터 이틀에 걸친 시위를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2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기도 한교협 사무처장은 "시장이 당선된 11월 전용처리 한 것을 확인했다"며 "다른 사업도 중요하지만 교통약자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이 시 편의대로 다른 곳에 쓰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 서울시 "여건상 저상버스 도입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운수업계의 사정상 적극 도입이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오혁 버스관리과장은 "지난해 목표대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버스 사업자의 신청이 부족해 관련 예산 중 미신청분에 해당하는 예산을 일반회계로 넘겨 처리했다"며 "버스 사업자에게 억지로 떠넘길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김봉수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계장은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에 비해 정밀한 부품과 특정부품이 많기 때문에 정비비가 30% 가량 더 들어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도입하고 싶어도 높은 언덕이나 굴곡 등 도로사정과 차고지 환경이 여의치 않은 경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용 연한 9년이 넘는 차량을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최근 생산되는 차량들은 예전에 비해 내구성이 높아져 검사 후 2년간 폐차를 유예 받는 경우가 많아 교체물량을 예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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