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12일 800여명의 명예퇴직을 받은 SC제일은행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 측이 창구 텔러 고용과 영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은 업무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만 35세 이상, 10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14일 현재 848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직원 수의 12%, 정규직원의 17%에 이른다. 이날 6시 이후에도 신청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퇴직 인원 규모를 고려할 때 각 지점별로 평균 1~2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은행 측은 부족한 창구 인력을 비정규직 텔러, PB(프라이빗 뱅킹) 인원은 전문계약직 채용 등을 통해 보충할 계획이다. 또 일부 지점 정규직의 경우 지점 내 책상만 마련해 주고 외부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 지역 지점의 한 직원은 "은행의 앞날에 대해 비전이 없는 마당에 퇴직 조건이 좋아서 많은 수가 떠난 것 아니겠냐?"며 "10년~15년차 업무 능력 있는 사람들이 다수 빠지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부담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측은 이번 명퇴에 대해 기준 퇴직금 외 34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자녀 2명까지 최대 5600만원의 학자금, 400만원 규모의 창업지원금, 건강검진비 180만원 등의 특별조건을 제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은행 측이 이번 명퇴를 계기로 남아 있는 직원들에 대해 업무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어떤 직원들은 자기 연봉의 8배 이상 수익을 내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의 인원, 지점도 줄고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시중은행도 아닌, 그렇다고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도 아닌 '1.5은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이 노조의 두 달에 걸친 장기 파업으로 지점 축소 경영을 했음에도 불구, 영업에 큰 지장이 없자 명예퇴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폐쇄됐던 지점 42개 가운데 15개는 아직까지 문을 닫은 상태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임원급 1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해 20여명을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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