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국가적 사업이냐 대중소기업간 상생발전이냐, LED조명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팽팽한 논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25개 품목에 LED조명이 포함되면서 대기업은 벌브형LED와 MR, PAR램프 3개 품목, 중소기업이 나머지 직관형LED, 가로등, 보안등, 공장투광등, 면광원, 스탠드 및 경관 조명 장치 등 7개 품목에 주력하라는 권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측에서는 지난 9일 LED산업포럼을 통해 동반성장위원회의 LED조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일부 대기업 사업철수 결정을 내린 것에 '잠정적 유보'를 요청했다. 이에 중소기업 측에서는 '사전 협의없는 일방적인 주장'이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미 외국기업들에 잠식당한 조명 분야를 LED조명을 계기로 국가적인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7개 조명 품목에까지 대기업이 욕심을 내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대기업, 다품종소량 품목까지 뺏나?"
14일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 한국LED조명공업협동조합 등 LED분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여론 몰이에 나선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측은 "LED광원 기술 경쟁력이 해외 업체에 비해 70~80% 수준인 상황인데다 대기업들이 외국 기업들로부터 광원을 수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들이 국내 조립생산까지 두고 가져가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노시청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외국 대기업들이 조명기구에 진출해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주로 광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LED조명과 같은 부분은 중소기업의 조달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희문 한국LED조명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번 적합업종 지정으로 국내 대기업이 얼마나 많은 철수를 할 것인지 오히려 묻고싶다"며 "2조5000억~3조원에 이르는 조명시장에서 외국기업 역시 조명 분야에서 수익을 얻는 것은 2000억원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영식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LED조명 분야에서 소량다품종은 대기업이 맡고 다품종소량은 중소기업이 맡아 이겨내자는 것인데 이렇게 작은 분야까지 뺏겠다는 것은 국가 전체를 감안했을 때도 지나친 주장"이라고 호소했다.
김복덕 소룩스 사장은 "우리나라의 조명 시장은 전세계로 볼 때 2~3%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아주 일부만을 동반성장위 권고로 확보하게 된 것"이라며 "LED산업과 LED조명은 분리돼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시장 상황 모르는 소리"
그러나 대기업의 이야기는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LED분야는 국내시장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한다며 당연히 아직 미개척 LED조명 분야도 놓칠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동반위에서 제시한 7개 품목 가운데 직관형LED나 면광원까지 포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 품목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에서 주장하는 광원부분 2772억원과 벌브형LED와 MR, PAR램프 211억원 등 대기업이 차지할 총 3000억원의 시장에도 직관형LED와 면광원이 포함됐다"며 "이처럼 7개 분야를 모두 가져갈 때 대기업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동반성장위에서 내놓은 3개 품목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내외에 불과하다"며 "수익성을 떠나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이 좁아졌는데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LED직관형 하나에 가격이 7~9만원 수준인데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소비자가 기존 형광등과 비교해 누가 선택하겠냐"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분야도 중소기업에 내주면 그렇지 않아도 이제 개화하는 LED조명 시장에서 외국기업과 싸움 자체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중소기업 對 외국기업 대결 구도".."쉽지 않을 게임"
내년부터 유럽과 일본지역에서는 백열전구 판매가 전면 금지되고 중국에서도 5년 내에 백열전구를 퇴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 역시 시기가 늦춰지고 있지만 친환경 그린 정책 일환으로 LED조명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세로 알려져 있다.
올해 LED TV 판매가 생각보다 좋지 못해 LED조명 분야 개화의 기회를 노리던 대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국내 시장은 아예 접어야 되는 대기업 처지에 기존에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세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향후 큰 잠재성을 가진 LED조명 시장에서 기존의 외국 기업들과 붙었을 때 대기업들에겐 해볼만 한 게임이었지만 아예 국내 시장에서는 승부를 걸수 없는 만큼 해외로 눈을 돌려야한다"며 "외국기업들과 붙었을 때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측의 주장은 다르다. LED조명 분야는 철저히 고객 주문 형태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대기업 주도의 대량생산체제가 맞지 않고, 결국 외국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을 거칠 수 밖에 없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또 동반위에서 선정된 7개 품목 가운데서도 완성품으로 이어지기 전 부품 분야는 대기업에 양보한 만큼 대기업이 수익의 60~70%를 확보할 수 있다며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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