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유럽 부호모임으로부터 자금운용을 직접 위임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피해자를 속여 75만달러를 빼돌린 교포 사업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I호텔에서 지인의 소개로 A씨를 만난 B씨는 "유럽 거대자금을 소유하고 있는 유럽 부호 모임인 'CH6' 또는 'CHC(Commitment Holder Committee)로부터 자금운용을 위임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A씨에게 호감이 갔다.
A씨는 "내가 대표이사로 있는 유에스캐피탈(US Capital)은 유럽 왕실자금, 중동계 자금 및 미국내 유대계 자금을 운용해 세계 각국의 여러 사업에 투자하는 미국 내의 사모펀드 들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회사"라고 B씨를 속였다.
A씨가 거액을 빌려줄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 B씨는 "재건축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해 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3~4% 정도의 증거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해야 미국의 사포먼드에서 자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말로 B씨를 꾀었다.
그러나 A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유럽 왕실자금 운용 권한이 없음은 물론 에스크로 계좌도 A씨가 임의로 인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둔 계좌였다.
자금조성 방식도 A씨가 미국의 사모펀드에서 직접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A씨로부터 입금되는 돈을 가지고 자격이나 경력도 없는 개인 투자자에게 임의로 투자하려는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B씨는 지난 4월 A씨에게 미화 1800만달러 자금조성에 대한 증거금 명목으로 미화 75만달러(한화 8억5400여만원)를 A씨가 지정한 미국 커머셜 에스크로 서비스 회사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고, A씨는 이 돈을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인 C씨에게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이후 사기혐의로 기소된 A씨는 "나는 B씨의 돈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오히려 거대 사기조직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CHC'를 엄청난 사조직으로 알고 있었고, 피고인이 그 자금에 대한 사용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며 "B씨가 송금한 돈을 제3자에게 투자해 종자돈을 만든 다음, 불린 돈과 B씨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1800만달러를 만들기로 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기존의 거짓말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에스크로 계좌가 피고인 임의로 인출할 수 있는 계좌이며 피해자가 송금한 돈이 C씨 같은 개인투자자에게 투자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피해자는 75만달러를 송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자금조달을 요청했더라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착오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럽 왕실자금 등 거대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로부터 75만달러를 편취한 죄질이 불량하고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도 "피고인이 편취한 돈을 C씨에게 투자해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 실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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