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인텔과의 특허권 라이센스계약 공개하라"
법원, "애플은 모뎀칩 어디서 구매했는지 밝혀라"
2011-10-14 14:43:41 2011-10-14 14:44:3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삼성전자가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며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의 공판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공판은 이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자 미국 애플사의 공동대표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우리나라에서 열린 삼성과 애플사간의 첫 공판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11부(부장판사 강영수)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 애플측이 선공에 나섰다.
 
애플측 대리인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장덕순 변호사는 "애플이 아이폰 등에 쓰고 있는 모뎀칩은 전부 인텔사가 제조한 것으로, 양사간의 라이센스계약이 있었다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며 "인텔사가 삼성전자에게 보낸 서신 2통과 특허권 라이센스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는 "서신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인텔사가 서신을 보낸 것도 애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계약서 내용은 오히려 피고가 입증해야 한다"며 "인텔에는 인텔코포리에션이나 IMC 등 많은 자회사가 있다. 인텔측의 칩을 사용하고 있다면 어느 회사에서 만들고 누가 판매한 것을 구입했는지 먼저 밝혀라"고 응수했다.
 
이에 장 변호사는 "변론준비과정에서 2009년 인텔과 라이센스계약을 맺었다고 한 것은 삼성"이라고 강조하면서 "애플더러 입증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삼성은 당연히 계약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권 변호사는 "인텔과의 계약은 2009년에 계약이 만료됐다"며 "인텔이 인피니온과 합병한 것은 2011년으로, 계약 만료 전 회사에서 구입한 건지 그 후에 한 건지 밝힐 책임은 애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자 재판부가 나섰다. 재판부는 "피고는 인텔의 어느 회사에서 칩을 구입한 것인지 밝혀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다음 기일에 어느 회사에서 구매한 것인지 밝히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단 계약의 효력이 어느 업체까지 미치는지 그 범위를 알기 위해선 계약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가 "10월28일까지 피고는 구입처를 밝히고, 원고는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명한 뒤에야 계약서 공개 논쟁은 일단락 났다.
 
이날 공판의 핵심쟁점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234특허권에 대한 애플사의 침해여부였다. 234특허권은 불안정한 정보비트의 오류를 채널부호화기와 채널복호화기를 통해 제거하는 기술이다.
 
삼성측은 "234특허권은 이미 업계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UMTS(제3세대 휴대전화 시스템) 표준인증을 받았다"며 "애플측은 특허침해를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측은 "234특허권의 구동방식은 종전 기술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신규성, 진보성이 결여돼 무효"라고 반박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측을 상대로 234특허권과 기능특허권 1건, 통신표준특허권 3건 등 모두 5개의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12월9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재판부는 이날 종일 집중심리를 벌일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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