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추락 화물기 '블랙박스 미스터리'
블랙박스 음파 추적 안돼 훼손 가능성..원래 성능도 문제(?)
2011-08-18 16:56:26 2011-08-18 16:56:55
[뉴스토마토 박창주기자] 3주전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의 사고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 수거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특히 위치를 추적하는데 필요한 블랙박스의 음파신호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블랙박스가 훼손됐거나 애초부터 성능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국토해양부와 제주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그동안 해경 등의 수색작업을 통해 지난 17일 아시아나 화물기의 동체를 발견했지만 블랙박스와 실종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이다.
 
해당 화물기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11분 중국 푸동공항으로 향하다 항공기 이상이 감지돼 제주공항으로 회항하던 중 제주 서쪽 약 70마일 해상에서 추락했다.
 
◇ 추락 원인 규명..'블랙박스'만이 알고 있다
 
김한영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7일 "제주도 서쪽 약 130km, 수심 80m 지점에 있는 39개의 항공기 파편에 대한 인양작업을 시작했다"며 "블랙박스가 주로 장착되는 꼬리 부분을 먼저 인양하고 나머지 기체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항공기 사고가 그렇지만 이번 사고도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블랙박스가 반드시 수거 돼야 한다.
 
블랙박스에는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와 비행자료 기록장치가 들어있어 이를 분석하면 항공기 조종실에서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내용은 물론 모든 비행 기록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고 화물기의 기장이 추락하기 한달전 거액의 보험에 가입했다는 정황이 보도되면서 보험금을 노린 고의적인 사고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 조사를 위해서라도 블랙박스 수거는 시급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아시아나가 추락 화물기의 동체를 발견해 인양작업 계획을 세웠지만 위치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음파신호가 포착되지 않아 블랙박스를 수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블랙박스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블랙박스의 훼손"이라면서 "가능성은 낮겠지만 당초 블랙박스 자체의 성능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항공기 개발업무를 맡고 있는 한 연구원은 "블랙박스가 고장날 확률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심해나 과도하게 높은 온도 속에서는 이상 징후가 발견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꼬리 전체를 발견했다면 블랙박스가 탑재돼 있어야 하는데 음파가 발신되지 않는다는 것은 꼬리 일부의 파손된 틈으로 블랙박스가 유실됐거나 사고 충격으로 자체에 결함이 생긴 것일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한영 실장도 "추락한 화물기의 블랙박스 내 음파발생기가 추락 당시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까지 발견한 기체를 인양해 블랙박스를 찾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음파발생기 `고장(?)`...높은 파도도 작업 방해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블랙박스는 항공기 제조사에서 일괄 채택하는 것으로 같은 기종 항공기는 동일한 블랙박스가 장착되는 것"이라며 "운항 전에 엄격한 기준에 의해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블랙박스 자체결함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번 화물기의 블랙박스 제조사인 '하니웰' 관계자도 블랙박스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 화물기가 탑재한 블랙박스는 보잉사를 비롯해 유수 항공사의 항공기에 장착된 제품으로 자체 결함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다만 강한 충격에는 음파발생기 등에 일부 이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록된 내용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블랙박스가 발견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고 과거처럼 미국에서 해독 전문가가 직접 찾아와 데이터를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박스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제(17일) 인양작업에 착수하려 했으나 높은 파도와 기상 여건으로 인해 본체 인양을 시작하려면 며칠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며 인양작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시아나 측도 일본 인양 전문업체(니폰셀비지)까지 고용해 블랙박스 수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날 오후 12시40분 현재까지 국토부 사고위의 지시를 따르고 있을뿐 인양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블랙박스 수거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고 제주해경과 해군 등이 주도하는 인명 수색 작업도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아시아나 화물기 추락사고 원인규명 등에 대한 여론의 궁금증은 지속될 전망이다.
 
뉴스토마토 박창주 기자 est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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