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일본의 대지진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이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일본업체와 더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8일 '일본 대지진 경제적 충격파는 어디까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과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구조 특성상 일본업체들의 조업 차질에 따른 대체 물량을 우리나라 업체들이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특히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야기될 것으로 보이는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전자기기 등에서 우리업체들이 일본의 생산공백을 부분적으로 메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수출 제조업 가동률이 이미 높은 상황이어서 추가적으로 생산 확대를 할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일본 기업들의 물리적 손상이 미미해 전력 및 인프라 사정이 개선될 경우 빠른 생산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의 일본 공백 메우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지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엔화강세가 점차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도 우리 기업들의 일본제품 공백 대체 지속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엔화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상황임에도 금융시장 위험증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안전자산 선호, 일본 내 자금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재건 등에 따른 일본의 재정적 취약성이 가중되면 엔화 환율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초강세 국면을 일정 기간 거친 후 점차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기업들의 조업이 정상화되고 환율까지 일본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경우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관계가 좀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의 경우 일본의 생산시설 피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본격적인 복구활동이 시작될 경우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원유 등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중동의 정세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여전하기 떄문에 대폭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대지진은 우리 금융시장에도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투자잔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주요 투자국인 미국이나 유럽보다 작기 때문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은행간 대출 등 기타 투자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태가 악화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어 다른 나라를 통해 우회 유입되는 투자자금까지 동반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악화되는 경우 외화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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