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에 선 그은 KAI…‘최대주주’ 수은도 “매각 계획 없어”
수은, 우주항공 컨설팅 용역 논란
한화의 KAI 지분 인수 시점과 겹쳐
김종출 사장, ‘독립경영’에 “동의”
노조도 반발…“정부 직접 나서야”
2026-10-20 17:50:03 ㅣ 2026-10-20 18:01:22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한화(000880)의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 인수 가능성을 두고 KAI와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수은) 경영진이 모두 국정감사에서 경영권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수은은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KAI도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독립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다만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데다 수은도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인수설 자체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KAI 노동조합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면서 안팎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금융’ 수은, ‘우주항공’ 컨설팅 논란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수은이 지난 8월 발주한 컨설팅 용역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에게 “(수은의 용역이 발주된) 기간에 한화 그룹에서 계속 지분을 늘리면서 결국 경영 참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지역과 노조 등에서 우려가 커졌다”며 “심지어 민영화하는 거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 자리에서 수은 은행장께서 분명히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황 행장은 “이번 용역과 관련해 KAI 민영화나 매각, 이런 걸 전제로 용역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현재 입장에서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수은은 지난 8월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용역 과업에는 글로벌 우주·항공산업과 국내 산업 생태계 분석, 주요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우주항공 앵커기업 육성 방안 및 단계별 추진 계획, 재원 조달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재경위는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수은이 우주항공 관련 용역을 발주한 데다 ‘앵커기업 육성’까지 과업에 포함한 점을 짚었습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용역 발주 이유로) 우주항공산업 구조 개편을 통한 앵커기업 육성 목표라고 돼 있는데, 우주항공청도 안 하는 프로젝트를 (수은이) 하고 있다”며 “수은이 가진 구조 개편 방법은 KAI의 지분 매각밖에 안 보인다. 이것 때문에 KAI 지분 매각 전에 사전 실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의원의 지적처럼 수은의 용역 발주 시점에 한화그룹이 KAI 주식을 매입한 점이 화근이었던 셈입니다. 지난 8월 한화시스템(272210)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 3.45%를 장내 매입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8월10일 한화가 (KAI의) 지분 15%를 갖자마자 수은이 한 번도 낸 적 없는 우주항공 용역을 발주했다”며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황 행장은 용역 발주와 지분 매각은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우주산업 부분에 대해 시장조사와 현황 분석을 먼저 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우주항공 부분을 이끌 텐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와 그에 따른 각 산업별 부분에 대한 액션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향후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향후 계획까지 말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에 대한 부분을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김종출 사장 “KAI, 아무나 가질 수 없어”
 
반면 김종출 KAI 사장은 ‘독립경영’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어느 주주가 오더라도 KAI는 특정 그룹 이익이 아니라 국가 방산 이익을 위해 독립경영해야 한다는 데이 동의하냐’는 강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KAI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좋고, 누구나 KAI를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부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KAI의 지배구조가 바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의 경영권 개입이 현실화할 경우 독과점과 독립성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한화 그룹이 KAI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경쟁 체제가 많이 훼손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항공우주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은 한화가 단기간에 최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방산업체는 최대 주주나 지배권 행사를 하려면 방위사업청의 의견과 산업통상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2차 상경투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재경위는 한화그룹의 협상 방향에 따라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조승래 재경위원장은 “단독으로 최대주주를 하는 게 아니라 우호 지분과 제휴 연대나 협력을 통해 (최대주주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특정 사안에만 과하게 몰입해 판단하지 말고 전체적인 여건이나 동향을 주의하고 우주항공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 숙고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현재 KAI 지분 구조는 △수은 26.41% △한화 15.89%(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국민연금공단 7.08% △피델리티 6.81% △블랙록 5.02% △우리사주 1.01% △기타 37.78%입니다.
 
KAI 노조 집회…“정부 직접 답해야”
 
국회에서 KAI 인수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정부의 대응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날 KAI 노동조합원 1200여명은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2차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김승구 KAI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공정위, 수은, 방사청 뒤에 숨어 책임만 떠넘길 거냐”며 “KAI를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핵심 기업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지킬 것인지 특정 대기업의 돈으로 인수하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정부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KAI 독립경영 보장 △수은의 용역 컨설팅 경과 공개 △8월 한화의 지분 인수와 관련한 공정위 간이심사 재검토 △한화 관계자들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검증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김 사장은 안팎의 인수설 우려에 대해 “직원과 지역사회에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지킬 부분은 철저히 지키고,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항공우주산업의 발전과 K방산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