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프라로 향하는 대미투자…산업계 셈법은
텍사스 발전소 223억불 투자…발전·전력기기 기회
알래스카 LNG 현실화 땐 철강·조선으로 참여 확대
2026-10-01 16:18:48 ㅣ 2026-10-01 16:30:11
[뉴스토마토 김하늬·안정훈 기자]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발전소와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로 향합니다. 첫 사업으로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확정되면서 발전설비와 전력기기, 건설 등 국내 산업계의 미국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진출에도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알래스카 LNG 사업까지 현실화하면 철강과 조선 등으로 국내 산업계의 참여 기회는 더욱 넓어집니다. 다만 투자 규모가 곧 국내 기업의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마련한 참여 기회를 실제 발주와 계약으로 연결해 한국 기업이 얼마나 몫을 확보할지가 관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인 ‘프로젝트 스타’를 한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공식 추진합니다.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워’와 알래스카 LNG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도 추진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프로젝트 스타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223억달러를 투입해 6472M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며 2029년 1단계 상업운전, 2032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정부는 발전 기자재 공급부터 설계·시공, 장기 운영·정비까지 국내 기업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측도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가 향후 미국 내 유사 프로젝트에 공급될 기회를 제공할 의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공급 기회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빠르게 늘어나는 미국의 전력 인프라 수요에 있습니다. 대형 변압기와 가스터빈은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납기가 길어지는 등 병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가 열어놓은 사업 기회가 국내 기업에 미칠 효과는 분야별로 다릅니다. 가스터빈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을 거쳐야 해 실제 수주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반면, 전력기기는 이미 미국 시장이 호황인 만큼 이번 프로젝트가 가져올 추가 효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의 시각입니다.
 
가스터빈은 정부가 공급 기회를 열어놨지만 실제 수주까지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이 남아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하는 가장 큰 가스터빈은 380MW급으로, 미국에는 GE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는 GE라는 세계적인 가스터빈 업체가 있고 한국은 후발주자”라며 “정부가 투자한다고 해서 한국 기업이 관련 물량을 모두 가져오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력기기 업계의 셈법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로 변압기 등 주요 전력기기의 수요가 이미 공급을 앞서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계약해도 2~3년 뒤에야 납품할 수 있을 정도”라며 “추가 프로젝트가 생기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금도 업황 자체가 좋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할 가스 파이프라인과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한미 양국은 사업성 검토에 착수합니다. 사업 추진 시 미국 측은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의 참여 여건을 마련하고 철강 등 필요한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이 현실화하면 철강업계에는 가스관용 강관, 조선업계에는 LNG운반선 수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 파이프 수요 상당 부분을 수입하고 있다”며 “알래스카 LNG 투자가 이뤄지고 국내 기업이 참여한다면 강관 공급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자금 조달과 최종 투자 결정이 먼저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개발사 글렌파른과 연간 100만t의 LNG를 20년간 도입하는 기본 합의를 맺고 투자와 철강재 공급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예비 합의 단계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글렌파른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며 “투자금이 확보돼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LNG 생산이 본격화하면 운반선 발주도 예상되지만 국내 조선사의 수주로 이어질지 또한 미지수입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LNG가 추진되면 LNG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수는 있다”면서도 미국 내 건조 요구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업계가 실질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하늬·안정훈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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