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월성원전 재가동 예타 면제, 국무회의 문턱 왜 못 넘었나
과거의 굴레에 갇힌 정부, '에너지 골든타임'을 차버렸다
2026-10-01 08:28:17 ㅣ 2026-10-01 14:28:18
AI 반도체 전쟁과 수소환원제철의 성패가 달린 전력 수급 문제는 단순한 산업정책을 넘어, 우리 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생존 과제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또다시 기대를 저버렸다. 월성 2·3·4호기 압력관 교체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안건은 국무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이자, 행정 당국의 명백한 직무 방기다.
 
'제3국의 이익' 운운하는 궤변, 본질을 흐리지 마라
 
재가동 지연의 저변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전 기술이 캐나다(CANDU) 방식이라는 점을 들어, 부품 교체 사업이 캐나다 기업의 이익만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친다. 이는 국가적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실익이라는 본질을 가리기 위한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
 
노후 설비의 안전한 유지보수는 발전소 운영의 필수적인 공정이다. 이를 두고 외국 기업의 배를 불린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국가의 성장 엔진을 멈춰 세우는 비겁한 논리일 뿐이다. 이는 국내 원전업계 일각의 먹거리 파벌 싸움과 교언영색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작 따져야 할 것은 어느 나라 기업이 이익을 얻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느냐는 점이다. '제3국의 이익'이라는 저급한 핑계에 휘둘려 대한민국 전력 공급의 핵심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재가동 지연의 진실, 사법 리스크의 망령
 
사실, 이러한 훼방의 배경에는 과거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정치·사법적 논란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른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서 비롯된 사법 리스크가 현재 월성 2·3·4호기의 정책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책임 논란이 현재의 정책 판단을 위축시키고 있다면 큰 문제다. 원전 재가동의 경제적 효용이 입증될수록 당시 폐쇄를 밀어붙였던 결정권자들의 과오가 더욱 선명해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국가의 미래 동력을 볼모로 삼는 것은 공직자가 보여서는 안 될 추악한 모습이다.
 
과거 잘못을 덮고자 미래의 불씨를 꺼뜨렸다
 
지난 8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월성 2·3·4호기 압력관 구매 사업의 예타 면제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정부 관계 부처에 이를 요구했고, 긍정적인 화답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는 행정의 벽에 막혔다. 정치가 어렵게 살려낸 희망의 불씨를 무능한 행정 시스템이 제 손으로 꺼뜨린 것이다.
 
정부가 당초 긍정적으로 검토했음에도 국무회의 상정에 이르지 못했다면, 그사이 어떤 판단이 바뀌었고 무엇이 발목을 잡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예타 면제가 어렵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면 언제까지 결론을 내릴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한수원 경영진의 침묵은 곧 '업무상 배임'
 
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에게 묻는다. 가동 지연으로 하루 90억원, 연간 수조 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주무 부처의 눈치만 살피며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업무상배임'이다. 만약 한수원이 이러한 국가적 손실을 묵인하고 주무 부처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 등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회피한다면, 경영진 역시 시민사회의 고소·고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공기업의 존립 근거는 오직 '국익 보호'에 있다.
 
국정감사, 무능과 비겁의 심판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국무회의에서도 예타 면제 안건은 끝내 상정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관료들을 향한 준엄한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한다.
 
과연 누가 안건을 쥐고 흔들었는지, 누구의 지시로 국가의 성장 엔진이 가로막혔는지 국정감사에서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익을 희생시킨 이들의 실체를 밝히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가 경제를 망치는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월성 2·3·4호기의 재가동은 단순한 노후 설비 수리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다시 전 세계를 향해 전력 질주하기 위한 '성장 엔진의 재점화' 신호탄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정치적 계산과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가 국가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지, 이번에야말로 명명백백히 가려내야 할 때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고문·K-정책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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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1 10:54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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