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쏘아올린 ‘N% 성과급’…재계 ‘볼멘소리’
‘이익 N%’ 요구 자동차·조선으로 확산
정률 성과급 확산…투자 여력 축소 우려
2026-08-31 14:57:50 2026-08-31 15:22:51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쏘아 올린 ‘N% 성과급’이 산업계 임금협상의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업종마다 수익 구조와 투자 주기가 다르지만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재계는 성과급 재원을 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할 경우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 번 높아진 보상 기준은 이미 다른 기업으로 번져 되돌리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지난 5월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합니다.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지만, 잠정합의안에는 성과금 400%와 1270만원, 주식 15주 등이 담겼습니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N% 성과급을 둘러싼 교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조는 올해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노사는 9월1일 18차 본교섭을 진행합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이튿날부터 단계별 순환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확산한 배경으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를 지목합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정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했습니다. 산정된 성과급의 80%는 해당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합니다. 이 공식은 향후 10년간 유지됩니다. 다만 올해 마련한 ‘현금 40%·자사주 60%’ 잠정합의안이 전임직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재교섭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도 SK하이닉스 제도가 직접 비교 대상이 됐습니다. 삼성전자(005930) 노사는 반도체(DS)부문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습니다. 재원의 40%는 부문 공통으로, 나머지 60%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배분합니다. SK하이닉스와 비율은 비슷하지만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은 다릅니다. 현대차(005380) 노조의 순이익 30% 요구는 수년째 이어져 SK하이닉스 합의 이후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는 반도체 업계에서 정률 성과급이 실제 제도로 굳어지면서 다른 업종의 요구에도 힘이 실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재계가 문제 삼는 것은 SK하이닉스의 보상 규모보다 영업이익 연동 공식이 다른 업종에서도 공통 기준처럼 거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는 호황기에 확보한 이익을 차세대 공정과 생산시설에 재투자해야 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고 조선은 수주와 매출 인식 사이의 시차가 크고, 자동차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을 고려해야 합니다. 각 업종의 영업이익률과 경기 변동 폭, 투자 부담이 다른 만큼 하나의 배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업종별 차이에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가 다른 기업의 임금협상에서 비교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설명입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선례를 만든 뒤 다른 기업 노조들이 업종이나 수익 구조의 차이와 관계없이 이를 협상 기준으로 들고나오고 있다”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하이닉스가 잘못된 기준을 만들어놨다는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투자 재원 감소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투자를 위해 수익을 쌓아둬야 하는데 이를 모두 나눠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익이 났을 때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에 미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성과급 재원을 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하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주주환원에 활용할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임원은 “성과급을 둘러싼 문제가 특정 업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이미 올해 여러 기업의 임금협상에서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고 앞으로 완화되기보다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기존 성과급 관행과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갈등을 되돌리기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임금처럼 지급해 온 기존 관행 위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제가 불을 지폈고, 노란봉투법에 따른 쟁의 대상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미 불씨가 다른 기업으로 번진 만큼 하이닉스가 제도를 되돌린다고 해결될 단계는 지났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