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서 '피해자 인권'으로…법원 "민주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 있어"
법원, 위안부 왜곡 단체 집회 금지 '적법' 판결…개정 위안부피해자법 취지 반영
2026-07-10 18:44:21 2026-07-10 18:44:21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던 사법부가 이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본군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의 취지를 적극 반영해, 표현의 자유보다 피해자의 인권과 헌법적 가치를 우선시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지난 3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지난 9일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올해 1월 1일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위안부 사기 중단 및 위안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관할 성동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학교 주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 금지 통보를 했고, 김 대표는 경찰이 집회 내용을 이유로 금지한 것은 헌법상 금지된 사전 허가제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김 대표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대표 측이 준비한 홍보물에는 "'위안부'(매춘부)", "매춘 진로지도 하나", "'위안부'는 고수익 직업인" 등의 문구가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에서 하고자 하는 표현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기는 하나,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포함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것을 인식했거나 최소한 인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그러한 인권침해의 결과를 초래한 표현"이라며,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달 시행된 '일본군위안부피해자법' 개정 취지를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재판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부정과 왜곡은 국가는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10조 후문 등에 따른 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인 '위안부피해자법'의 입법목적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정 시행된 '위안부피해자법'은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하고 처벌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또 재판부는 김 대표의 발언이 “유엔의 여러 보고서와 같은 국제인권기구의 의견, 다수 국가의 의회 의결 등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확인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못 받았습니다. 
  
표현의 자유에도 선은 있다…학생 인권·학습권 우선한 사법부
 
이번 판결은 그간 법원이 '위안부' 왜곡 발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던 흐름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바 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발언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개인적인 견해나 평가로 볼 수 있어 명예훼손죄상 ‘사실 적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의 강제 연행을 부인하는 취지의 글을 써 기소됐던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 역시 대법원에서 학문적 자유를 인정받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판결은 이후 '위안부' 왜곡을 주장하는 단체들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됐습니다. 실제 김 대표도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에서 박 교수 판결을 언급하며 "법리상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행정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이런 왜곡 행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그동안 강제동원이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건에서는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위안부피해자법의 입법 목적과 피해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학문적 토론과 역사 왜곡,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은 구별돼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피해자를 혐오하는 표현까지 무제한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