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합종연횡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토근증권(STO)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인데요. 업계 내에서는 디지털 전환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과 '신사업 발굴'이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엇갈립니다.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92.06%를 1334억원에 취득하는 거래를 승인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첫 사업자가 됐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인수를 통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고객의 부 증대와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증권과 자산운용 분야에서 축적해 온 글로벌 투자 역량에 코빗의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결합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인데요.
지난 6월 홍콩에서 선보인 글로벌 투자 플랫폼 MAPS 등과 연계해 박현주 글로벌전략가(GSO)가 차기 성장 전략을 제시한 '미래에셋 3.0'의 청사진을 실행하려 합니다.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래에셋이 코빗을 품으면서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증권업계와의 '짝꿍 찾기'를 매듭짓는 모양새입니다.
두나무는 일찍이 한화투자증권과 손을 잡았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퀄컴이 보유하고 있던 두나무 지분 6.15%(206만9450주)를 약 583억원에 전략 인수했습니다. 당시 주목도가 높았던 핀테크 시장 선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어 올 5월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분 3.90%(136만1050주)를 5978억원에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은 9.84%로 늘어나며 두나무 두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 김형년 부회장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습니다.
이외에 하나증권이 속해 있는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5월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2억원에 인수해 4대 주주가 됐고, 삼성증권도 삼성카드 ·삼성SDS 등 금융·IT계열사와 함께 4.0%의 지분(약 6128억원)을 취득했습니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을 3대 주주로 맞았습니다. 글로벌 거래소 OKX 등과 전략적 투자자(SI)로 지분 20%를 인수한 겁니다. 2위 사업자 빗썸은 키움증권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빗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한 지분 투자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증권사들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디지털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증권사들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토큰증권(STO) 시장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향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나 법인 대상 가상자산 투자가 제도화 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증권사들은 입을 모아 '디지털자산 사업 기반 확보'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미래에셋 관계자는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특정 투자자의 단기 투자 수단이 아닌 글로벌 금융산업의 새로운 자산군"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동행 미래가 꼭 밝지만은 않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통과입니다. 일명 가상자산 2단계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범위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이 핵심인데요. 소관 상임위에서의 논의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증시 호황으로 실탄이 풍부해진 증권사들이 명확한 청사진 없이 투자부터 해놓고 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메타버스가 융성하던 시절 금융사들이 앞다투어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투자하던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며 "단순히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비전보다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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