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신태현 기자] 정부의 주가 부양책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섹터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안팎에서는 그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시장의 신뢰 상실을 꼽습니다. 특히 창업주의 ‘제약보국’ 정신을 내세우며 2세를 넘어 3세로 이어지는 총수 일가의 세습 경영은 그간 경영 능력에 대한 엄밀한 사회적 검증 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에 본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실태와 승계 과정을 냉정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또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지닌 한계와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미래가치에 기반한 투자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앞으로 ‘사촌간’ 경영으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GC녹십자그룹. 그룹 지배력을 좌우할 산하 공익재단을 누가 지배할지에 관심이 높다. (사진=GC녹십자)
‘숙부-조카’ 공동경영에서 ‘사촌간’ 경영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GC녹십자그룹. 향후 그룹 지배력을 좌우할 ‘캐스팅보트’인 산하 공익재단을 누가 지배할지에 관심이 높습니다.
GC녹십자그룹의 공익재단별 이사장과, 보유한 그룹 지주사 GC(녹십자홀딩스) 지분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 허일섭(8.72%) △미래나눔재단, 허용준(4.38%) △목암과학장학재단, 허은철(2.10%) 등입니다. 재단 지분 합계는 약 15.2%. 공정거래법상 공익재단은 △임원 선·해임 △정관 변경 △합병 등 그룹 핵심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이사회에는 허은철 이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재단들이 그룹 내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창업주 일가가 낮은 GC 지분율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GC의 숙부-사촌 공동경영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시멘트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의 차남 고 허영섭 회장과 5남 허일섭 현 회장은 GC그룹을 키운 인물입니다. 현재 그룹은 국내 28개사, 해외 17개사의 계열사를 거느린 K-제약바이오 업계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핵심 사업회사인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재무재표 기준 매출액이 1조9913억원으로 국내 제약사 2위를, 올해 1분기 연결 매출도 4335억원으로 전통 제약사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그룹 지배는 지주사 GC와 핵심 사업회사 GC녹십자를 창업주 일가가 맡고, 나머지 계열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GC는 숙부인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고 허영섭 선대 회장의 삼남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허일섭 회장 측인 박용태 부회장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GC녹십자는 선대 회장의 차남 허은철 대표가 맡고 있습니다.
선대 회장 직계가 보유한 GC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허용준 2.96% △허은철 2.68% △허성수 0.04% △정인애(선대 회장 배우자) 1.49% 등 약 5.6%다. 허일섭 회장 일가는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 12.29%를 비롯해 △허진성 0.87% △허진훈 0.81% △허진영 0.27% △최영아(회장 배우자) 0.33% 등 총 14.3%다. (사진=김양균 기자)
선대 회장 직계가 보유한 GC 지분율은 △허용준 2.96% △허은철 2.68% △허성수 0.04% △정인애(선대 회장 배우자) 1.49% 등 약 5.6%입니다. 반면, 허일섭 회장 일가는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 12.29%를 비롯해 △허진성 0.87% △허진훈 0.81% △허진영 0.27% △최영아(회장 배우자) 0.33% 등 총 14.3%입니다. 박용태 부회장이 가진 4.97%까지 포함하면 약 19%가량까지 늘어납니다.
눈에 띄는 점은 허일섭 회장 아들들의 GC 지분율 증가 추이입니다. 장남 허진성의 GC 보유 지분율은 2015년 0.41%에서 올해 4월 기준 0.87%로, 차남 허진훈도 같은 시기 0.36%에서 0.81%까지 각각 두 배가량 지분이 늘어났습니다. 최근 장남이 GC 경영관리본부장 겸 CFO로 승진한 점을 두고 허일섭 회장이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허일섭 회장이 1954년생임을 고려하면, 향후 허진성(1983년생)·허진훈(1991년생) 형제와 사촌 선대 회장 일가 허은철(1972년생)·허용준(1974년생)간 사촌 경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공동경영 향방 5가지 시나리오
캐스팅보트가 될 재단 지분을 바탕으로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지배력 경쟁 시나리오는 크게 5개입니다. 개인 지분만 놓고 보면 허일섭 회장 최대주주 라인이 항상 앞섭니다. 하지만 재단이 고 허영섭 선대 회장 직계에 붙으면 근소하게 역전합니다. 만약 재단이 이사장에 따라 쪼개지면 최대주주 라인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처럼 숙부-조카 공동경영 형태의 유지입니다. 다만, 허 회장의 나이를 고려하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선대 회장 직계에 3개 재단이 힘을 실어줄 경우입니다. 기존에 보유한 5.6%에 재단 지분율을 더하면 20.8%의 지분을 차지하게 돼 최대주주 라인을 근소하게 앞섭니다. 최대주주 라인이 동원할 수 있는 지분 14.3%에 허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용태 부회장의 4.97%를 더해도 선대 회장 직계에는 근소하게 뒤처집니다.
재단이 고 허영섭 선대 회장 직계에 붙으면 근소하게 역전하지만, 만약 재단이 이사장에 따라 쪼개지면 최대주주 라인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세 번째 시나리오는 재단들이 이사장을 따라 분열하는 경우입니다. 최대주주 라인은 지분율 14.3%에 목암연구소 8.72% 등 약 23%가 됩니다. 박용태 부회장 지분까지 더하면 약 28%까지 늘어납니다. 반면 선대 회장 직계는 기존 보유 지분 5.6%에 미래나눔재단 4.38%, 목암과학장학재단 2.10% 등을 다 합쳐도 약 12%로 최대주주 라인에 밀립니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허일섭 회장이 보유한 12.29%의 지분이 허진성 전무에게 증여되는 경우입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0.87%와 더하면 허진성 전무는 약 13.16%의 지분을 보유, 단독 최대주주에 오르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증여세가 관건입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선대 회장 측이 GC녹십자를, 최대주주 라인이 바이오 및 해외 사업을 분리해 맡는 구도입니다.
물론 이 밖에도 한일시멘트 방계 전체가 보유한 지분율 약 9%, 국민연금 6.04% 등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GC그룹이 불안 요소가 바로 사촌간 경영의 형태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경영 분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업계에 차지하는 영향력과 위치를 고려하면 분쟁 발생 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현재 제약사 창업주 3세들이 글로벌 경영 능력을 갖췄을지 몰라도 창업주로서의 철학 부재가 공통으로 발견된다”며 “가족 경영의 한계를 고려하면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실제 글로벌 빅파마 모두 전문경영인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GC 관계자는 “허일섭 회장이 건재한 만큼 후계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허은철 대표와 허진성 CFO간 향후 승계 경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사업에서 겹쳐진 부분이 전혀 없는 만큼 경쟁 구도로 보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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