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단백질 ‘펩타이드’에 대한 미국 FDA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ChatGPT 생성)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관절 통증부터 불면증, 뇌 안개(Brain Fog) 해소까지. 최근 만능 치료제로 떠오르며 '바이오 해킹'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펩타이드(Peptide)' 요법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계와 보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사이언스 뉴스(Science News)는 FDA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니 단백질' 펩타이드, 검증은 아직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짧게 결합한 이른바 ‘미니 단백질’입니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인슐린이나 옥시토신도 펩타이드의 일종이며,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 역시 펩타이드 제제입니다.
문제는 대중 사이에서 유행하는 상당수의 펩타이드(BPC-157, TB-500 등)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펩타이드 전문가인 존 펫츠(John Fetse) 뉴욕 빙엄턴대(Binghamton University) 연구원은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백질의 구성 방식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며 "위장에서 추출한 펩타이드를 무릎에 주사할 경우 신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RFK 주니어 취임 후 기류 변화
그동안 FDA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일부 펩타이드의 제조 중단을 명령하는 등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취임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가 "펩타이드에 대한 FDA의 공격적인 억제를 끝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오는 7월, FDA 자문위원회는 조제 약국에서 특정 주사용 펩타이드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난 3월 열린 공청회에서는 펩타이드를 경구용 건강기능식품(Dietary Supplements) 성분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카일 디아만타스(Kyle Diamantas) FDA 부차관보는 당시 "불필요한 규제(Red tape)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하며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전문가들 "안전성 사각지대 커질 것" 경고
보건 전문가들은 이런 완화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출시 전 엄격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BPC-157이나 TB-500과 같은 이름으로 자가 치료에 사용되는 많은 물질들은 동물 실험에서는 유망한 효과를 보였으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아 안전성과 광고된 대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발견되는 위액에서 유래한 합성 펩타이드인 BPC-157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건 손상 및 상처의 치유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 사례 보고나 예비 연구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소규모 인간 임상시험이 2015년에 시작되었으나 결과가 검토 및 발표되기 전에 취소되었습니다.
현재 BPC-157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 약물 목록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미국 반도핑기구(USADA)는 이 물질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운동 능력 향상, 부상 회복 등을 기대하며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FDA 관리였던 미치 젤러(Mitch Zeller)는 "검증되지 않은 펩타이드를 보충제 시장에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는 과학적 근거 없이 '시도해 볼 권리'만을 강조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FDA가 일반적으로 보충제가 이미 판매된 후 건강 문제를 일으킬 때만 개입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합법화된 사기 약(Snake oil)'이 난무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라고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헬스 얼라이언스의 내과 의사이자 보충제 안전성을 연구하는 피터 코헨(Pieter Cohen) 교수는 말합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구용 펩타이드 보충제의 실효성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펩타이드는 섭취 시 위산과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알약 형태로 먹었을 때 광고하는 만큼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FDA는 펩타이드 허용 범위에 대해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규제의 빗장이 풀릴 경우, 개인들이 온라인이나 해외 직구를 통해 정체불명의 펩타이드를 스스로 투여하는 'DIY 의료' 위험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펩타이드에 대한 맹신은 자칫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듣고 흘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과학적 입증이 전제되지 않은 '기적의 약'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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