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PEF협의회, 반쪽 협회 전락하나…대관 실효성 의문
정책 영향력 갖춘 해외 단체와 달리 존재감 '미미'
성과 입증 부담에 회원 이탈 우려까지…구조적 한계
2026-04-28 16:36:43 2026-04-28 16: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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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컨트롤 타워를 자청하며 협회 전환을 추진 중인 'PEF협의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 회비 인상을 예고했지만, 한앤컴퍼니 등 대형사들이 탈퇴하면서 반쪽짜리 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협의회는 최근 정규 사무국 설치와 대관 기능 강화를 위해 회비 체계 개편을 논의 중이다. 해외 주요 PEF 관련 단체를 모델로 삼아 운영 예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실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IC 등 해외와 벌어진 정책 영향력 격차, 존재감 키우기 쉽지 않아
 
우선 로비 활동에 대한 문제다. 해외 주요 PEF 단체처럼 상설 조직과 정책 대응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AIC나 유럽의 Invest Europe(구 EVCA)는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입법 로비 활동을 벌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 조직이자 로비 활동 내역을 추적하는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AIC는 지난해 3분기에만 약 68만달러(약 9억원)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으며, 2007년 설립 이후 누적 지출액은 5900만달러(약 800억원)가 넘는다. 블랙스톤, KKR, 아폴로 등 글로벌 PEF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막대한 자금과 적극적인 로비 활동으로 인해 AIC는 지난해 성과보수에 대한 과세 강화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대규모 세제 개편안(OBBBA)을 통과시키면서 사모펀드 운용사(GP)가 펀드 수익의 약 20%를 가져가는 성과보수 체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운용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므로 최대 37%에 달하는 일반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AIC의 집중적인 로비 덕분에 성과보수에 대한 기존 자본이득세(20%)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AIC는 단순 로비 활동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와 연기금 수익률로 정치권을 압박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중소기업들이 특정 상원의원 지역구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성과보수 증세는 결국 펀드 운용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방관·교사 등 공적연금 가입자들의 은퇴 자금을 축소시킨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처럼 AIC가 장기투자에 따른 자본이득세으로 성과보수에 대한 문제를 방어해낸 것과 달리, 국내에선 그간 PEF협의회가 보여준 성과에 대한 의구심만 쌓인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 1, 2위를 다투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관련 업계서 '유령 회원'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했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이번 회비 인상 예고에 회원 탈퇴 의사를 전달했고, 거리를 두고 있던 MBK파트너스는 여론을 의식해 남아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성과보수에 대한 국내 과세 체계는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 49.5%라는 세율을 적용받고 있지만, 그동안 성과보수가 지나치다는 여론을 비롯해 수많은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라며 "방어에만 급급한 상황에서 업계서 쌓여온 불만을 PEF협의회가 존재감을 키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로비 불가·톱다운 규제…구조적 한계에 막힌 '협의회 역할론'
 
이처럼 관련 업계에선 PEF협의회가 막대한 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정치권을 상대로 효과적인 대관 업무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공식적인 로비 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 결정 구조 자체가 금융당국 중심의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국내 환경에서는 특정 업계 단체가 입법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수로 꼽힌다. 구조조정, 차입매수(LBO) 등과 연계된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PEF협의회가 전면에 나서 정책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의회가 막대한 회비를 들여 외형을 키우더라도, 실제로는 단순 '소통 창구'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확대가 곧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 PEF협의회가 단순히 회비 인상에 상설 조직만 갖춰선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도 쌓여있다.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 간 이해가 엇갈리는 구조에서 협의회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사는 자체적인 네트워크와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어 협의회 의존도가 낮은 반면, 중소형사는 공동 대응 필요성이 크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회비 인상과 역할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PEF협의회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회원사 이탈이 이어지며 반쪽짜리 협회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미 대형 PEF운용사들은 각자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체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회비가 단순 여론 홍보에 그칠 경우엔 중복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여론을 고려하면 대관 업무도 실질직인 결과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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