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동 전쟁 종전 기대감에 부풀었던 세계 경제가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한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안갯속에 빠져든 가운데, 이번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눈치 보기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2주 휴전'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양국 간 협상이 또다시 성과 없는 노딜로 끝날 경우 세계 경제의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고유가·고환율·고물가에 시름하는 한국 경제의 우려도 한층 짙어졌습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케심 섬 해안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열리자마자 닫힌 호르무즈…재봉쇄에 국제유가 다시 '공포' 모드
18일(현지시간) <AFP 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 개방'을 발표한 이후 10여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하루 만에 IRGC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전날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종전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실제 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휴전 상황을 고려해 상선 통항을 전면 허용한다고 전격 발표하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90.83달러로 9.1% 하락했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3.85달러로 전장보다 11.5%나 급락했습니다.
주요 에너지 공급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투자심리도 되살아났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868.71포인트(1.79%) 상승한 4만9447.43에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84.78포인트(1.20%) 오른 7126.06으로 사상 처음 7100선을 돌파했습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65.78포인트(1.52%) 상승한 2만4468.48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도 얼어붙었습니다. 당장 급락했던 국제유가의 경우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불분명해지면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해상 봉쇄가 "세계 경제를 더 큰 혼란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이란산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하고, 이는 곧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돌변한 중동 정세에 한국도 '긴장'…환율 '롤러코스터' 예고
한국 경제 역시 주말 사이 터져 나온 중동발 쇼크로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미 국내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3년여 만에 2000원 선을 넘어선 가운데, 유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급락해도 통상 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에 당분간 국내 기름값 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습니다. 중동발 유가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환시장의 긴장감도 다시 묻어나옵니다. 앞서 1480원대에 달하던 원·달러 환율은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 2시 야간거래에서 종가 대비 14.60원이나 급락한 14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한시적으로 해제한다는 이란 발표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강한 강세 압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1460원 선까지 떨어지자 외환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안도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실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 전쟁이 호르무즈 통항만 된 상태에서 환율이 굉장히 많이 안정화되고, 유가도 브렌트유나 WTI가 80~90달러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은 한국 경제에 좋은 사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환율의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주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달러인덱스 반등과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환율 하락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속 단기적으로 1480원대 초반 중심으로 등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이란 간 종전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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