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교도소는 수용자들이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돌아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발 디딜 틈도 없는 과밀 수용실태와 열악한 시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역할은 불가능합니다." (안양교도소 교도관 A씨)
지난 15일 <뉴스토마토>는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안양교도소를 방문, 교도소 수감환경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법무부가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일 수용자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안양교도소는 1963년 9월에 지어져 올해 63년째를 맞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설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안양교도소 수용 정원은 약 1700명이지만 현재 전체 수용자는 2295명으로, 정원 135%를 넘은 '초과밀' 상태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법무부 일일 수용자 체험이 진행됐다. (사진=법무부)
"일상이 고통"…열악한 수감환경에 교정은 '불가능'
체험단은 수용자들이 착용하는 푸른색 수용복을 입고, 수용자들이 실제로 머무르는 2층의 혼거실로 이동했습니다.(해당 혼거실은 안양교도소에서 청소 등 업무를 맡은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체험단이 방문했을 당시는 이들은 교도소 내에서 각자 맡은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어서 혼거실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과를 마치는 오후 6시 전까지는 혼거실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곳은 7평 남짓으로 정원은 10명 안팎이지만, 안양교도소에서는 최대 17명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날 안양시의 최고 기온은 26℃를 넘는 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혼거실의 냉방 시설은 벽면에 설치된 선풍기 단 2대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8월부터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혼거실에 갇힌(?) 체험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해대야 했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좁은 방엔 열기가 꽉 차 숨쉬기도 힘들었습니다.
일상생활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혼거실 수용자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혼거실 한쪽에 마련됐는데,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화장실 벽면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수용자들이 잘 공간도 부족했습니다. 혼거실에 17명 인원이 다 같이 누우면 서로 몸이 겹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밤중에 수용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어 보였습니다.
급기야 체험 중 물이 부족해진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날 체험단은 혼거실에서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붙어 있는 수도꼭지에서 식판을 설거지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교도소 1층에서 물을 많이 사용한 탓에 수도가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안양교도소에서는 수도 펌프가 각 방마다 물을 충분히 공급할 만큼 강하지 않아 이런 풍경이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건물의 안전에도 문제가 제기됩니다. 수용자들이 종교활동을 하는 공간은 안양교도소 중앙에 위치한 교회당 2층에 마련됐는데, 건물 노화로 500명 이상 모일 경우 붕괴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현재 안양교도소의 종교 활동은 1층의 다른 공간에서 100명씩 소규모로 진행될 정도입니다. 건물 외벽에 전선 등 전기 설비가 노출돼 화재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 보였습니다.
때문에 안양교도소 교도관들은 교도소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안양교도소에서 6년 동안 근무한 교도관 A씨는 "수용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이들에게 교정과 교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열악한 시설에선 불가능하다"며 "일상 자체가 고통인 이곳에선 자신이 교도소에 있다는 불만에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반항심만 키운다. 세상에 나온 뒤 또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은 '죄인들은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살아도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이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게 교도소의 기능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안양교도소에서 법무부 일일 수용자 체험이 진행됐다. (사진=법무부)
수용자 넘치지만 교도관 '부족'…"도와줄 수가 없다"
현재 안양교도소의 수감자는 2295명입니다. 이 가운데 마약 범죄를 저지른 수용자는 166명, 65세 이상 노인은 202명, 정신질환자는 352명, 장애인은 71명입니다. 이들 모두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마약 범죄자의 경우 마약중독 치료 교육이, 노인은 심혈관 질환 등 치료와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겁니다. 정신질환자와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수용자를 관리할 안양교도소 소속 교도관의 수는 400여명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무직 직원 100여명을 제외하고 수용자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보안과는 총 266명입니다. 야간 근무에는 이중 절반인 133명이 4교대로 투입됩니다. 즉 40명이 안 되는 교도관들이 야간 동안 수용자 2295명 전체를 관리하는 셈입니다.
특히 주간을 담당하는 나머지 보안과 직원들도 인력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혼거실 등 생활 공간 외에도 교도소 내 공장 등에서 일하는 수용자를 관리합니다. 아울러 수용자가 외부 진료나 수사당국 수사, 재판 등으로 외출하는 경우 수용자 1인당 교도관 4명이 따라붙어야 합니다. 교도소 내 난동 등 문제가 발생될 시 투입되는 기동순찰팀(CRPT) 10여명도 주간 근무자에 포함됩니다. 야간에는 이들 중 2명이 순찰을 돌며 수용자들을 관리합니다.
신규 인력 충원의 경우, 퇴직한 교도관 숫자만 반영해 채용하고 있어 사실상 교도관 인력 확충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이는 안양교도소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교도소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때문에 교도관 한 명 한 명은 수용자 관리뿐만 아니라 교육, 시설물 관리, 특이 수용자 케어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양교도소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B씨는 "현재 교도관 수는 수용자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용자들은 죗값을 치르고 반성해 다시 잘살아보려고 하지만 교도관들은 이들 모두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혼거실은 층당 총 14개인데, 교도관 1명이 한층 전부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밤에는 극단적 선택이나 질병 등으로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관리할 인력이 너무 적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체험단이 10시간 동안 교도소에서 머무는 동안 수용자 1명이 질환으로 인해 심정지 상태에 빠져 외부 병원에 입원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럴 경우 수용자를 관리·감독할 교도관은 4명이 투입됩니다.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안양교도소를 방문해 직접 수감환경을 체험했습니다. 정 장관은 "수년 전 안양교도소를 방문한 적 있는데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열악한 시설에서 수용자의 교화와 교정이 어떻게 이뤄지겠는가"라며 "수용자가 사회에 돌아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선 교도소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한시라도 늦으면 안 된다"고 했습나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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