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교육부가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위해 학교당 1억을 지원하고 있지만, 집행 여부는 점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산은 내려보냈지만, 성과 관리는 사실상 교육청과 학교에 맡겨둔 구조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최근 학교비정규직노조로부터 입수한 ‘2025년 9월 환기시설 예산 집행 및 개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2025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정된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보통교부금은 총 5045억원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교부금과 결산액에 차이가 확인됐습니다. 강원도는 3년치 교부금이 384억원이지만 결산은 152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경북은 393억원이 교부됐지만 결산은 259억원 수준으로, 교부금과 134억원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400억원 가까이 예산을 확보해놓고도 절반 정도나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집행했다는 뜻입니다.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개청식이 열린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보통교부금으로 내려보낸 뒤 사용처·성과 점검 없어…집행은 교육청 자율에 맡겨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산 항목이 특별교부금이 아니기 때문에 점검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쓰는지는 개별 교육청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사업을 실제로 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며 “교육청에서 학교 수를 올리면 그에 맞춰 내려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2023년~2027년까지 각 교육청이 급식실 환기 개선 대상 학교 수요를 제출하면, 그 수요에 맞춰 학교당 1억원씩을 교부하고 있습니다. 이 예산 항목은 보통교부금입니다. 보통교부금은 사용 목적을 정하지 않은 일반 재원으로, 교육청이 인건비나 시설비 등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급식실 환기 개선을 위해 예산을 지원해도, 각 교육청에서 실제로 얼마를 투입했는지 정부에서 추적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025년 12월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부 “특별교부금 아니라 확인 어렵다”…'우리는 권한 없어'
교육부는 예산만 지원할 뿐 집행과 수행은 교육청 소관이라는 입장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을 (급식실 환기 개선금) 목적으로 쓰라고는 하지만, 보통교부금이어서 교육청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육부는 권한도, 책임도 없다”고 했습니다.
업무가 여러 기관으로 흩어진 점도 관리 공백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예산은 교육부가, 환기 기준은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공단이, 실제 시설 개선은 교육청이 맡는 구조입니다. 사업 전반을 총괄해 관리하는 통합 체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준의 한계도 지적됩니다. 현재 안전공단이 제시한 학교급식실 환기 관련 기술지침과 가이드는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있는 통일 기준은 아닙니다. 노동계는 권고 수준의 지침만으로는 전국 단위의 관리와 점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은 “기술지침 내용이 법제화돼야 한다”며 “기준 자체가 전국적으로 통일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급식과 돌봄 등을 담당하는 경기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2025년 12월4일 경기 수원시 한 학교 급식조리실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77%·강원 72% 부적정 판정에도 통합 관리체계 부재…책임 주체도 분산
실제 현장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2025년도 학교급식실 환기설비 성능평가 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인 환기시설 개선 학교 301곳 중 54곳(17.9%)이 부적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7%로 가장 높았고, 강원도가 72%였습니다. 환기 개선 공사를 진행한 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부적정 판정이 압도적입니다.
현장에서는 학교별 여건이 다른데도 예산이 일률적으로 배분되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현철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모든 학교가 상황이 다른데 적은 돈을 일괄적으로 나눠주고 알아서 하게 하는 구조”라며 “일부는 가이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후드 형태가 부적절하거나 배기량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교육청에서 과감하게 학교 전체의 공간 배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지하 조리실을 지상으로 옮긴다던지 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1억으로는 (급식실 환경 개선) 공사가 안 된다. 평균 공사비가 2억 후본에서 3억 정도”라며 “교육부에서 예산 규모를 늘리겠다거나 하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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