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개선, 남은 건 폐암공포)①(단독)'급식실 환기 개선' 약속 6개 교육청, 2025년 완료 '0'곳
급식실 환기 개선율 지지부진…가장 낮은 곳은 '28.9%'
2025년까지 6개 교육청 개선 완료 목표 잡았지만 '0곳'
급식실 환기 개선, 예산만 문제가 아니다...“의지·관리 핵심”
2026-04-01 14:24:50 2026-04-01 15:25:34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지난 2월12일 서울행정법원은 8년 5개월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조리사의 폐암에 대해 업무 연관성을 인정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무 기간이 짧다"며 산재를 불승인했지만, 법원은 환기시설 부적정, 반지하 급식실, 과도한 식수 인원 등을 근거로 뒤집었습니다. 교육부는 2023년 3월, 2025년까지 6개 시도교육청, 2027년까지 전체 교육청의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기준 목표를 달성한 교육청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학교비정규직노조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를 토대로 사업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편집자)
 
2025년까지 6곳이랬는데...환기시설 전면 완료한 교육청 '0곳'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지난해 발표한 '지속가능한 학교급식을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6.8시간 조리 현장에 머무르며 장시간 조리흄에 노출된다고 설명합니다. 조리흄이란 튀김·전 등 기름을 많이 쓰는 조리를 할 때 나오는 유해물질입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2019년 발행한 '조리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 보고서에서는 조리흄이 미세먼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에서 나온 여러 유해물질의 혼합물로 이뤄져 있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학교 조리 종사자 폐암 산재 인정 사례 13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2023년에는 14개 교육청에서 실시한 폐 검진에서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2023년 3월 조리 환경 개선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2025년까지 17개 시도교육청 중 6개 교육청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을 중간 목표로, 2027년까지 전체 교육청의 개선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2025년 10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출석한 정경희 학교급식소 조리실무사와 함께 쌀이 든 솥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목표를 제시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뉴스토마토>가 학교비정규직노조로부터 입수한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점검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개선을 전면 완료한 교육청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개선 학교 비율이 50%를 넘긴 곳도 7곳에 그쳤습니다. 개선율 50%를 넘긴 곳은 제주(79.89%), 충북(74.61%), 대구(58.70%) 등 6곳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개선율을 보이는 제주는 특별법에 따라 교육부의 보통교부금을 받지 않고도 높은 개선율을 기록했습니다.
 
교육부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마 27년까지 마무리를 못 하는 교육청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자체 계획을 수립해서 계속해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의 보통교부금 지원은 2027년이 끝입니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 이후 (예산)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교육청들, 환기시설 개선 미진 이유로 '예산 부족'과 '책임 분산' 들어
 
개선율 최하위 서울시교육청(28.9%)은 환기시설 개선 미진 이유로 '예산 부족'을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평균 공사비가 2억 후반에서 3억 초반 정도 나온다"며 "1억을 제외한 나머지를 교육청 예산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기존 교실을 급식실로 전환한 학교가 많아 구조적으로 개선이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자체적으로 예산을 늘려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추경을 통해서도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 용산구 신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강원도교육청은 사업 관리 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기존에는 2027년 내 완료를 위해 학교에 예산을 내려보내 사업을 맡겼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2025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환기설비 성능 평가에서 18개 학교 중 72%(13개)가 부적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교육청 자체 점검(258개 학교)에서도 21%(54개)가 부적합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학교에 예산을 주고 사업을 맡긴 이유는 교육부의 2027년 목표 기한 내 완료를 위한 판단이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시설팀만 맡기면 한계가 있어 단위 학교가 함께 추진하면 가능할 거라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리실 환기 공사는 설계·시공이 매우 까다로워 100% 만족스러운 업체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에 관계자는 "이제는 학교에 예산을 직접 내려보내는 대신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되어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한다"고 전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2024년 12월6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조리실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 "전문가도 참여하는 교육청 자체 TF 구성·체계적인 관리 필요"
 
전문가는 교육청의 의지와 관리 체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하현철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경남의 경우 2023년도, 2024년도부터 아예 TF를 구성해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개선할 때 후드 형태, 환기량, 급기부까지 같이 검토하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불량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정혜경 의원실과 학교비정규직노조도 예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청의 우선순위와 국가의 책임 있는 관리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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