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1천만원” 대 시민단체 “4천만원”…편면적 구속력 기준 갑론을박
2026-04-02 13:56:50 2026-04-02 14:53:29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분쟁 조정 결과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둘러싸고 적용 금액 기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발의안에서는 2000만원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1000만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최대 4000만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금융사·소비자 간 입장차 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금감원이 소비자단체와의 간담회를 갖고 편면적 구속력 제도의 기준 금액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바 있습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감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을 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조정안에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분쟁 당사자 양측이 모두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금융사가 조정안을 거부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입법 사항인 만큼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금융당국 입장과 금융권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김현정 의원과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금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습니다. 두 개정안 모두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정문 의원안은 여기에 더해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금융사의 소송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1000만원 수준으로 기준 금액 하향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0만원 이하 분쟁은 전체 분쟁의 약 3분의 2 수준에 달합니다. 보험업권의 경우 생명보험 약 86%, 손해보험 약 92%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보험업권이 민원이나 분쟁이 가장 많아 반발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분쟁 금액 기준을 1000만원 이하로 설정하더라도 전체 분쟁의 절반 이상이라 그마저도 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편면적 구속력 기준 금액에 대해 4000만원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소비자 분쟁 현장에선 금융사와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기준 금액이 4000만원까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감독권-시민·소비자단체 간담회'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 등과 관련해 의견 교환이 있었다.
 
당국, 절충안 마련 고심 
 
편면적 구속력 기준 금액에 대해 금융사와 소비자단체 간 이견이 큰 가운데 정부와 국회에서는 1000만원과 2000만원 사이 기준 설정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1500만원 수준이 절충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비자 보호 효과와 금융사 부담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인 중간 지점이라는 평가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 금액과 관련해선 당국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불복 절차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논의안대로라면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금융사는 사실상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불복 사유 인정 등 최소한의 사법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금소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취합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은행연합회는 소비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악성 소비자 발생 등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심 청구권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도 제도 도입이 불가피할 경우 불복 방안의 세부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카드·캐피탈·저축은행 업권 역시 절차적 위법 사항에 대한 금융사 방어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분쟁조정 결정에서 사실관계 오인이나 중요한 사실에 대한 판단 누락이 있는 경우, 기존 판례나 법리와 다른 판단이 내려진 경우 편면적 구속력에 대해 최소한의 불복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금감원 분조위에 제척 사유가 있는 위원이 참여했거나 당사자의 진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등 중대한 절차상의 오류가 있을 경우 불복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분조위는 소비자와 금융사 사이에 발생하는 금융 관련 분쟁의 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금감원에 설치돼 있습니다. 분조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3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요. 현재 분조위 위원은 '금융 또는 소비자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쟁조정이 사실상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권한 없이 사실상 준사법적 기능까지 수행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 관련 소송을 맡아온 한 변호사는 "조정 결정이 당사자 일방에게 강제성을 가져 처분성을 인정받게 되면 사실상 '조정'이 아니라 '심판'으로 법적 성격이 전환된다"며 "그렇다면 금감원이 일종의 재결청이 된다는 말인데, '반관 반민' 기구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조직법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우너은 소비자 보호를 감독업무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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