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주택의 화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 서울시 등이 ‘주택용 자동확산소화기’ 도입을 제도화하는 데 나섰습니다. 기존 주택용 소방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던 자동확산소화기를 법정 설비로 추가하고, 설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면서 초기 화재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천장 설치가 어려운 주거환경을 고려해 벽면 설치 방식까지 제안하는 등 보급 확대를 위한 현실적 대안도 담겼습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달 초 소방청에 주택 주거환경을 고려한 '주택용 자동확산소화기' 도입을 건의했습니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 시 열이나 화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소화약제를 분사해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자동식 소화장치로, 천장 등에 설치해 두고 주변 온도가 설정 온도(약 72도)에 도달하면 감지부가 반응해 약제가 방출됩니다.
현행 소방시설법 시행령 10조는 주택용 소방시설로 단독경보용 감지기와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확산소화기를 추가해 달라는 게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요청입니다. 또 주택용 소방시설 도입 시 정부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숙박시설에도 자동확산소화기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주택용 자동확산소화기 도입 시 국비, 시비, 자부담 매칭을 통한 비용 분담으로 조속한 주택 화재 안전 강화를 시행하기 위함입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주택 주거환경을 고려해 고안한 45º로 기울어진 형태의 자동확산소화기. (사진=서울소방재난본부)
자동확산소화기의 보급을 위한 개량도 요청했습니다. 기존 천장에 설치하는 이 소화장치를 노후 주택 설치에 적합하도록 천장과 벽면 사이, 삼각형 지지대를 이용해 45도로 기울이는 방식으로 설치 형태를 변형한 것입니다. 노후 주택의 경우 합판 형태의 반자형 천장은 무게가 3.5~5㎏인 자동확산소화기의 설치가 어려울 수 있어 설치 형태를 개량한 겁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주택 천장이 반자 형태로 된 경우가 많아 5㎏ 무게의 자동확산소화기를 오랫동안 지탱하기 어려울 수 있어 대체로 콘크리트로 이뤄진 벽면을 활용하고자 이 같은 형태를 고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칙에 명시된 주택을 '모든 주택'으로 취급할 경우 기존 주택에도 소급적용될 수 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단계로 전해집니다.
서울소방당국의 이 같은 요청은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노후 건물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안 마련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의무화 규정이 1992년부터 적용돼 그 전에 지어진 노후주택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았습니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주택화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스프링클러 설치 주택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미설치 주택에서는 1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체 화재 사망자의 88%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주택의 대안 모색을 위해 실시한 실험에서 침실에 자동확산소화기를 설치한 후 화재를 발생시켰을 때 화재 초기에 자동 작동해 연소 확대를 지연·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상정됐습니다. 자동확산소화기를 기존 공동주택에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노후 공동주택에 자동확산소화기 등 대체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자동확산소화기 등 대체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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