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 코스피 5000, 부동산 문제 등 묵은 과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최전선에서 지휘하고 있습니다. 일 잘하는 대통령, 문제 해결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보면서 아슬아슬하기도 합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는 여야는 물론이고, 여권 내에서도 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결국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전'하고서야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코스피와 부동산이란 변덕스러운 시장 성적표에 대통령 평가가 연동되는 거 아닌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공적자산,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대통령 지지율은 공공재입니다. 선거용 자산만은 아닙니다. 대통령 지지율에는 국민이 보내는 신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나라를 앞으로 밀고 가게 만드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국민이 부여한 신뢰 자산이고 국가 운영에 필요한 공적 자산입니다.
대통령의 신뢰 자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대통령 중심제 정치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대통령 어젠다와 다른 리더십이 먼저 감당해야 할 어젠다를 구분하고, 국가적으로 가장 전략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통령 신뢰 자산을 활용해야 합니다.
지난 30년 우리가 보아온 단임제 국정의 한계를 생각해 보면 임기 초 대통령의 신뢰 자산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그 힘이 흔들리면 대통령 한 사람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국가가 미래로 나아갈 동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묵은 과제에서 미래과제, 전략과제로
임기초 대통령은 선거 민심이 요구하는 묵은과제, 개혁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출발은 그렇게 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대통령의 일은 미래 과제, 전략 과제로 점차 이동해야 합니다. 너무 늦지 않게 대통령의 신뢰 자산을 대한민국의 앞으로 10년, 20년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구시대의 막내를 자임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권위주의, 부패정치, 정치검찰, 언론권력 등 수십 년 묵은 과제에 맞서 싸웠습니다. 역사적 성과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대통령의 신뢰자산은 큰 상처를 받았고, 임기 후반부에는 비전 203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과제를 추진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2007년 임기 말에는 당신의 이런 선택이 대통령 리더십으로 옳은 길이었는지 스스로 여러 번 자문하기도 했습니다.
대전환 시대, 스마트 국민, 대통령의 숙제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대전환기의 한복판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AI 전환, 에너지 전환, 글로벌 전환은 기술과 산업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일자리와 교육, 소득과 복지, 우리 삶의 방식까지 통째로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어려운 선택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만이 아니라 '누가 살아남고, 누가 낙오할 것인가' '일자리도 소득도 줄어드는 세상에서 대안은 무엇인가' '빅테크의 자산은 천문학적으로 커져만 가는데 국민의 자산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도 중국도 옛날 같지 않은데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영토는 어디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답을 내놔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견과 갈등도 생길 것입니다. 박정희 시대처럼 대통령이 가자는 대로 따라주는 '새마을 국민'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AI, 블록체인으로 중무장한 '스마트 국민'입니다. 문제해결, 이견과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수준과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스마트 민주주의'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숙제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5년, 10년 후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방향을 정하고 답을 만들어야 할 현실의 과제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호흡 맞추는 정무적 리더십 중요
대통령 혼자 감당하는 구조로는 안 됩니다. 대전환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더 많은 리더십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대통령은 전략과제, 통합과제를, 총리와 장관이 일상 현안, 갈등과제를 감당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게 한국식 대통령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국정운영 시스템입니다.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정무적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정치권도, 행정의 각 분야도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 있게 공론을 만들고, 이견을 조정하고, 갈등을 줄이고,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최근 대통령이 개혁과 통합을 함께 감당하자고 반복해서 얘기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 대통령만 반복해서 하는지 의문입니다. 성공하는 개혁을 원한다면 정치권과 정부의 지도자들도 '개혁을 해야 한다'만이 아니라, '개혁의 목적은 통합이다' '개혁은 반드시 통합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합니다.
20년 전 노무현이 이해찬,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에게 이런 정무적 리더십을 기대했을 겁니다. 대통령중심제 정치는 대통령 혼자 하는 정치가 아닙니다. 함께 해야, 꼭 써야 할 때, 다른 리더십으로 도저히 어려울 때, 대통령 신뢰 자산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대통령을 더 잘 쓰자는 겁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꿔야 하는 순간에 그 신뢰자산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 그것이 정치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