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민주, '상임위 독식' 수순…87년 체제 이후 '두 번째'
정청래 "상임위 100% 책임질 것"…연일 '엄포'
21대 전반기서 '민주당 싹쓸이'…87년 후 처음
국힘 "노무현 정신 부정…나쁜 정치 중단하라"
2026-03-24 18:15:09 2026-03-24 18:54:1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독점을 예고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경남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반기 상임위 구성과 운영을 100% 민주당이 맡아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가 지난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상임위원회를 다 가져올까 싶다"고 발언한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상임위 독식을 엄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의 '입법 지연'이 그 이유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하지 않는 위원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까지 동원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오는 5월 말 상임위원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상임위 재편을 둘러싼 논점 3가지를 살펴봅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해 9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상임위원장 배분 기준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이 법에 규정된 것은 아닙니다. 국회법 제41조 2항에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출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주로 관례와 협상에 따라 결정됩니다.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의석수 비례 원칙입니다. 정당의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는 겁니다. 현재 국회 상임위 18곳 중 민주당은 11곳, 국민의힘은 7곳의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107석입니다.
 
의석수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교섭단체 간의 협상입니다.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교섭단체로 인정받아 원 구성이나 의사진행에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상임위원장 배출도 가능합니다.
 
즉, 어느 상임위를 가져올 것인가는 여야의 협상이 결정적입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경제 관련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무조건 가져와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래야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한 입법 뒷받침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②법사위원장은 야당 몫?
 
법사위원장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인 17대 국회 이후 줄곧 야당 몫이었습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바탕을 둔 관행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석열씨의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이후 여야가 뒤바뀌며 관행이 깨졌습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요구에도 과반 의석으로 밀어붙여 법사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가져갔습니다.
 
새로 법사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차명주식 거래 의혹으로 사임하자, 다음에는 추미애 의원 선임을 강행했습니다.
 
법사위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법안의 '길목'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안들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이에 법사위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불립니다. 상임위원장은 회의 주재를 비롯해 회의 개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법사위를 틀어쥐면 입법 강행 또는 지연이 가능한 겁니다.
 
추 의원은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로 법사위원장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추후 원 구성과 함께 다시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줄다리기가 팽팽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③상임위원장 독식 사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예고하며 본격 논의 전부터 여야 대치 분위기가 조성됐는데요. 실제 지난 2020년 21대 국회 전반기에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원 구성 합의에 실패하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바 있습니다.
 
원내 제1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민주화 항쟁으로 개헌이 이뤄진 '87년 체제' 이후 처음입니다. 1985년 군사정권 시절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여야는 국회 원 구성 1년 2개월 만에 극적 합의에 성공하며 상임위원장 배분이 정상화됐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의힘의 느린 입법과 태업을 명분 삼으며, 상임위원장 독식 수순으로 흘러가는 실정입니다. 국민의힘이 의석수에서 밀리는 만큼 '거여'의 세몰이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사위를 제2당에 맡기는 관례가 참여정부 당시 만들어졌다면, 여야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전통은 40년 전, 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사위원장직을 2당에 반환 거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노무현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상임위원장 100% 독점 운운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87년 민주화의 성취에 침을 뱉는 행위"라며 "필요할 때만 노무현 대통령을 소환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뒤돌아 서서는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나쁜 정치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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