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본 법원의 통일교 해산명령
2026-03-20 06:00:00 2026-03-20 06:00:00
지난 3월4일 일본 도쿄 고등재판소는 통일교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작년 3월25일에 도쿄 지방재판소가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해산명령을 받아들인 1심 판결이 재확인되었다. 재판소가 임명한 청산인이 통일교의 자산을 처분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청산 절차가 개시되었다. 물론 통일교 측이 최고재판소에 특별항고를 할 수는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22년 7월8일, 통일교 피해자가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를 사제 총으로 사살한 사건으로 시작된 통일교에 대한 법적 제재는 일단락되었다. 
 
통일교도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우선 아베 피살 사건 이후 10만엔 이상의 헌금에는 영수증을 발행하고, 각 교회에 할당된 헌금 목표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한국 본부로 보내는 송금도 중지했다.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통일교는 2022년에 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2025년 9월까지 965건에 대해 합의금 약 69억4000만엔을 지불했다. 2026년 10월에는 외부 변호사를 포함한 5인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만들었다. 통일교와 피해자 간의 집단 조정도 진행되어 2025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95명에 대해 39억6400만엔을 지불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반면에 2026년에 들어와 통일교는 일본 전국에 있는 약 1200여명의 직원 가운데 50세 이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월 말에는 정년퇴직자 약 100명을 포함해 440명을 퇴직시키며 조기 퇴직금으로 최대 22개월분의 급료를 지급했디. 총액은 수십억 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세 이상의 직원 중에는 과거에 고액 헌금을 권유했던 인사가 많다. 교단이 청산되면 이들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의 되어 퇴직금도 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서둘러 퇴직 처리를 한 것이다. 
 
실제로 통일교는 물품 강매와 고액 헌금으로 사회적 지탄이 높아지자 이미 2009년에 한편으로는 사회적 기준을 준수한다는 선언을 발표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단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은 홋카이도 오비히로에 있는 종교법인 천지정교(天地正敎)에 귀속된다는 결정을 해놓았다. 2023년에 만들어진 통일교 관련 피해자구제법에는 포괄적인 재산 보전을 요구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해산 전에 국내외 관련 단체로 재산을 이전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1심 판결을 내린 지방재판소는 2015년에서 2022년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통일교의 헌금은 연평균 409억엔이며, 2022년도 말을 기준으로 총자산은 약 1181억엔이라고 확인했다. 
 
문부과학성이 2023년 10월에 해산명령을 청구할 당시에 제시한  피해자 1550명, 피해액 204억엔이라는 피해 규모는 대부분 재판소도 인정했다. 반면에 1987년에 결성된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가 1심 종료 시점까지 접수한 상담은 3만4000여건, 피해액은 약 1200억엔에 달했다.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피해 규모가 엄청나므로 법률적 구제도 간단하지 않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해산명령을 받은 일본 도쿄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건물 로고. (사진=뉴시스)
 
현재 통일교는 일본에서 고립되고 있으며 자민당과의 밀월 관계도 파탄이 났다. 아베가 피살되는 순간에도 도쿄 통일교 본부에는 산하단체인 '국제승공연합' 간부들이 모여 자민당 선거운동을 돕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베 저격 사건이 발생하고 54일이 지난  2022년 8월31일, 기시다 후미오 수상은 자민당과 교단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통일교를 지지하는 자민당 의원들로 조직된 '일본·세계평화의원연합간담회'도 해산했다. 양자의 관계는 2022년 9월에 자민당이 발표한 자체 점검 결과를 보아도 소속 의원 379명 가운데 180명이 통일교 및 관련 단체와 접점이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긴밀했다. 더구나 그해 10월19일 기시다 수상은 국회 답변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어도 민법상의 불법행위만으로 종교법인을 해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견해는 1심 재판소가 해산명령을 내리는 유력한 논거가 되었다. 
 
1964년 일본에서 종교법인 인가를 받은 통일교는 자민당과 일종의 '반공 연합'을 형성해 교세를 키워왔다. 탈냉전 시대에도 양자는 표와 정치적 편익을 교환하는 동반자였다. 그러나 아베의 피살로 정치적 부담이 된 통일교를 자민당은 미련 없이 끊어냈다. 현재 통일교의 총수는 한국에서 정교유착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 일본 사법부의 통일교 해산명령이 초래하는 여파는 한국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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