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근로자의 날’이라고 불렸던 5월1일을 이재명정부는 ‘노동절’로 변경하고 법정공휴일로 제정했다. 역사상 최초로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 양대 노총이 처음으로 함께 참여해 노동 단결의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소년공 출신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으로 노동자의 목소리에 화답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노동자에서 국무위원으로 일터가 바뀌었지만,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변치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노동 친화적 노선에 힘입은 노동단체들은 길거리에서 노동절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하청기업 노동자의 원청 교섭 쟁취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을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년 65세 연장과 AI 도입에 따른 노동권 침해 방지를 요구했다.
대통령과 장관이 노동자 출신이고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승격했지만, 노동단체들은 아직도 노동권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는 여전히 약자이며 노동자 세상이 오려면 갈 길이 멀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노동 규제가 날로 강화되어 기업경영을 옥죈다고 아우성치는데 노동단체들은 노동권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밀어붙인다. 과연 노동권은 얼마나 보호되고 어디까지 확대되어야 하는가?
이 와중에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주목을 받으며 노동 이슈를 새로운 국면에 올려놓았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제시하며 협상이 결렬되자 5월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다수 국민은 성과급을 두고 노조가 총파업의 쟁의권을 행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총파업과 같은 극한대립은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될 때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고액 연봉의 대기업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겠다고 총파업에 돌입해 기업경영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향후 3년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준으로 추산한 메모리 사업부 직원의 성과급은 엄청나다. 1인당 3년치의 평균 성과급 추정치는 17억4140만원(영업이익 10%)에서 26억1210만원(영업이익 15%)에 달한다. 회사가 주겠다는 영업이익 10%의 성과급도 보통의 노동자는 평생 꿈도 못 꿀 금액인데 그걸 더 받겠다고 강경 투쟁을 벌이며 총파업에 돌입하는 삼성전자 노조의 오만과 이기심에 기가 질린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막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다른 노동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우회적 경고 메시지를 내놨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속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경고를 다른 회사 문제로 치부할 정도로 노조는 강경 입장을 고수한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개입해 사후조정이 진행됐지만, 노조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이 퇴보했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이제 남은 수단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노조의 쟁의를 중지시키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가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며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파업에 발동한 것이 마지막이다. 삼성전자 노조에 대해 이재명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동계의 반발과 역풍이 거세져 노동절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을 시발로 현대자동차와 카카오 등의 노조도 성과급 투쟁을 나서는데 그때마다 긴급조정권을 연달아 발동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동권의 보호와 확대가 가져온 폐해가 잘나가는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국가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자제력이 고장 난 노동권의 질주가 오늘날 삼성전자의 괴물 노조를 만들어버렸다. 대기업 노조의 노동권 남용이 전체 기업으로 확산하며 한국 경제를 마비시키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참, 내년에 맞이할 두 번째 노동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두렵고도 궁금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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