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패션뷰티 관세경보)①대미 의존도에 갈린 패션기업 희비
공급망 재편 대응력 따라 대형·중소형사 희비 엇갈려
대미 매출 비중·프리미엄 소재·가격 저항성이 실적 좌우
각국 정책 환경 감안한 중장기 사업 전략 재편 필요
2026-03-20 06:00:00 2026-03-2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8일 16: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는 무역법 122조로 옮겨갔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150일간 한시적으로 10%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그러나 최근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본격화되면서, 결과에 따라 관세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고관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류비 부담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IB토마토>는 이 같은 대외 변수 속에서 패션·뷰티업계의 동향과 향후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기조가 지난해 4월부터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패션업계 내 원가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향 수출 비중과 생산기지 보유 지역 등 요인으로 인해 실적 양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대형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사는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반면 중소형사는 수익성 저하로 인해 유휴 자산매각으로 겨우 재무부담에 대응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미국향 매출 많을수록 기업 수익성 '뚝'

18일 <IB토마토>가 영원무역(111770)·한세실업(105630)·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신원(009270)·호전실업(111110)·SG세계물산(004060) 등 패션기업 6곳을 대상으로 영업이익률을 계산한 결과 영원무역을 제외한 5곳이 전년 대비 수익성이 저하되거나 적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0.74%포인트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024년 영업이익률이 5.13%에서 2.28%로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 한세실업은 지난해 4.29%를 기록하며 직전년도 대비 3.62%포인트 쪼그라들었다. 이어 신원은 전년 대비 0.97%포인트 감소한 1.72%, 호전실업은 1.56%포인트 감소한 4.80%를 기록했다. SG세계물산은 2년 연속 적자 상태를 이어갔다.
 
반면 영원무역은 2024년 8.97%에서 지난해 12.66%로 약 3.69%포인트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상호 관세 영향 본격화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아크테릭스향 매출이 고성장하고 있고, 신규 브랜드 유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낮은 대미 수출 비중으로 인해 관세 부담이 낮다는 점도 원가율 방어를 뒷받침했다. 지난 2024년 영원무역의 지역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부문 간 거래 제거 전 지역 매출 합산액은 5조 5610억원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2조 1139억원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어 방글라데시(1조 4470억원), 스위스(9537억원), 베트남(7269억원) 순으로 매출액이 높았다. 4개 국가 합산 매출은 전체 매출액 중 94.25%를 차지한다. 
 
중소형 OEM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 변화가 적었던 호전실업도 지난 2024년 말 IR자료 기준 매출 86%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다. 반면, 수익성 저하가 가파르게 나타났던 화승엔터프라이즈와 한세실업은 지난 2024년 기준 미국 매출 비중이 각각 31%, 95.81%를 기록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높은 관세가 지속되면서 원가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초반에는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많은 기업은 환차익을 얻는 것 같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구매와 유가 등 모두 달러로 지급되는 탓에 부담이 심화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사는 미국 현지 공장 활용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특수성이 있는 반면, 한국에서 위탁·생산해 미국 내 바이어에게 공급하는 소규모 기업은 관세 분담 협상력과 계약 관계 등에 따라 미국 관세의 영향이 상이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주요 고객사의 브랜드와 소재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용평가사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해외 브랜드사가 관세 부담을 지면 OEM사나 소재사들이 비용 부담을 나누는 구조"라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이 어려운 업체라면 분담이 필요하다. 우븐(Woven) 등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소재나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메가 브랜드의 경우 가격 저항성이 낮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박예진 기자)
 
지속되는 불확실성 속 공급망 재편 절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적용하겠다면서 패션업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가별로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상호관세에서 동일한 요율이 적용되면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를 적용 받았던 동남아 국가들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한국 패션기업들은 관세 감축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무역법 122조 관세는 한시 적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세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의 변동 가능성, 부담 최소화를 위한 계약 조항들을 점검·보완하고,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미국으로 제품을 제조해 수출하는 OEM·ODM 기업의 경우 최초 판매가격(First Sale Rule) 제도의 활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 당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UFLPA)이나 부정청구방지법(False Claims Act) 등 강화된 통관 규제에 대비해 제품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각국의 정책 환경을 고려한 중장기 사업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패션 산업이 미국의 첨단 전략 산업은 아니지만, 수입의 급격한 증가 또는 자국 경쟁 기업의 사업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무역·통상 관련 규제 정책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송지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무역법 122조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관세 자체로 인한 영향은 줄어들 수 있으나 제조비용, 노무 비용, UFLPA 등 기타 적용가능한 규제 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기업들이 생산지와 공급망을 다변화해야할 것"이라며 "공급망과 제조 환경 등을 동태적으로 살피면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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