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윤석열, 청문회 버티기
박희영, 참사 당시 "윤석열 비판 벽보 제거" 지시 의혹
"대통령 지시 기억 안나"...이상민도 윤씨에 책임 돌려
2026-03-13 17:13:07 2026-03-13 17:13:07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진행한 청문회에서 윤석열씨에게 참사의 책임을 돌리는 발언들이 당시 주요 책임자들 입에서 나왔습니다.
 
12일과 13일 양일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청문회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전 경찰청장,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남화영 전 소방청장 직무대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이태원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이 출석했습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청문회에서는 참사의 원인으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지목하는 발언들이 나왔습니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이었던 이임재 전 서장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사고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대통령실을 겨냥했습니다.
 
그는 "당시 (핼러윈에) 대비 과정에서 대통령실로 많이 분산 배치됐다"며 "용산서 직원들이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대응 능력에 저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건에 한계가 많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은 지난 2022년 5월 진행됐습니다.
 
같은 날 출석한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참사 당일 경비 공백이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 위험이 인지되거나 예견됐다면 상응해서 경비가 배치돼야 했다"며 "경찰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새로운 의혹도 윤씨를 향했습니다. 특조위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가 일어나기 몇시간 전 열린 집회 참여자들이 담벼락 등에 붙인 윤씨와 김건희씨 부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벽보를 철거하라고 구청 당직실에 지시했습니다. 이에 용산구청 직원들이 당일 오후 9시~10시50분 벽보 제거 작업에 투입돼 참사 대처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의혹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최초 소방신고는 당일 오후 10시15분에 있었습니다.
 
박 구청장은 당시 벽보를 제거한 현장 사진을 정재관 당시 대통령경호처 국민소통추진단장(현 군인공제회 이사장)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밤 10시49분 정 이사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진보단체가 담벼락에 피켓을 붙여 놓고 갔다', '긴급히 피켓 제거 완료했다'고 전했고, 이에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네'라고 답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측근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이태원 거리의 안전보다 대통령실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김진호 용산경찰서 전 외사과장은 벽보제거 관련 의혹에 대해 "(벽보 제거에 대한)경호처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윤씨 부부에 대한) 심기 경호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지만, 용산으로 옮겨온 대통령실이 구청과 경찰의 행정력을 분산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지목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한오섭 전 대통령실 상황실장은 재난 대응 지휘 체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냐는 청문위원 질의에 "참사 인지 후 당일 오후 11시3분 (윤석열) 대통령께 유선으로 직접 보고했고,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에게 지시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이 전 장관은 오래전 일이라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윗선의 책임자들이 윤씨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한 전 상황실장은 "각 기관의 역할이 잘 행해졌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3일 진행된 마지막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이 무정차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 등 사전 조치가 충분했는지를 다뤘습니다. 이날 참사 당시 6호선 이태원역을 책임졌던 송은영 전 이태원역장은 '과거로 돌아가도 무정차를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해 유족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습니다.
 
송 전 역장은 "역사 내 직원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행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권순조 부산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참사 당일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다면 고위험 단계 군중 밀도의 발생 빈도와 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주요 증인들이 참사의 책임을 윤씨에게 돌리고 있지만 정작 윤씨는 이번 청문회에 이틀 모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특조위는 10일 윤씨가 있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지만, 윤씨의 거부로 면담은 불발됐습니다. 윤씨는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청문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특조위의 요청으로 법원이 13일로 예정된 재판 일정을 연기했지만, 윤씨는 여전히 재판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조위는 결국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윤씨를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청문회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선서·증언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 대통령 윤석열 씨(사진=뉴시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