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별 조건 다른데 '하청끼리 뭉쳐라'?…"정부 매뉴얼, '하청 교섭권' 침해"
고용부-중노위, '원·하청 교섭 매뉴얼' 발표
노동계 반대한 '원·하청노조 단일화' 제외돼
'하청노조 간 단일화'는 유지…노동계 우려↑
양대 노총 "교섭절차 복잡…하청 교섭권 침해"
2026-03-03 15:56:31 2026-03-03 17:08:07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정부가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원청사용자와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한 점입니다. 그러나 하청노조끼리는 여전히 창구 단일화 제도가 적용,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받을 것이란 우려가 노동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현장 안착을 위한 공동브리핑을 열고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노란봉투법에 대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달 10일부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현장에선 하청노조의 원청사용자와의 교섭이 진행될 예정인데, 법이 원활하게 적용되는 걸 돕겠다는 취지에서 매뉴얼을 만든 겁니다. 
 
원·하청노조 '분리교섭' 공식화…'창구 단일화' 우려는 해소

매뉴얼은 원·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에 대해 '하청노조는 원청노조와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 '기존의 원청사용자와 원청노조 간 교섭단위는 종래와 같이 별도로 존재·운영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노동계에서 반대하던 원·하청노조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원·하청노조가 따로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겁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시행령은 기존의 교섭 창구 단일화 체계를 원·하청 교섭에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원·하청노조 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허용했습니다. 교섭 창구 단일화란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노동 현장에서 사용자와 노조 간 교섭 창구를 하나만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만일 여러 개의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지 못할 경우, 다수 노조가 교섭권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를 원·하청 교섭에 적용할 경우, 통상적으로는 조합원 수가 많은 원청노조가 다수 노조로서 교섭권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확대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위배된다며 원·하청 교섭 창구 단일화에 대해 반대해 왔습니다.
 
정부가 이번 매뉴얼을 통해 '원·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해석한 건 이런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한 겁니다. 노동계는 일단 원·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우려를 덜게 됐습니다.
 
'하청노조 간 단일화' 유지…노동계 "교섭권 충분 보장 못해"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가 여전합니다. 정부가 하청노조 간에는 교섭 창구 단일화 체계를 유지하도록 한 탓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매뉴얼에 대해 "다행히 원청노조와 창구단일화는 할 필요 없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그간 노동부 주장보다 나아지긴 했다"면서도 "여전히 하청노조 전체에 대해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어서 교섭절차가 복잡하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노총도 "일정 부분 교섭 접근성을 개선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청노조 내부 창구단일화 구조가 유지돼 모든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뉴얼은 '교섭단위에서 복수의 하청노조가 있는 경우, 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원청과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하청노조 사이에서도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월14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2026년 민주노총 신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용자성 판단부터 분리 신청까지…'첩첩산중' 교섭 절차?
 
구체적인 교섭 절차는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요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원청은 7일간 교섭요구사실을 사내에 공고해야 한고, 이 기간 다른 노조가 교섭 참여를 요청하면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됩니다. 만일 창구 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노동위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노동위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교섭단위 분리를 심사합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원청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물을 수도 없습니다. 매뉴얼엔 '하청노조가 교섭 창구 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별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원청사용자는 개별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을 것'이라고 적혔습니다.
 
노동계는 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로 원청과의 교섭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청노조 사이에서도 노동환경이 저마다 달라서 교섭 창구 단일화와 분리를 놓고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접 고용 형태가 사내하청, 사내용역, 자회사 등으로 다양하고, 이에 따라 원청사용자가 지배·결정하는 구체적인 노동조건도 제각각입니다. 
 
또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절차는 노동위의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섭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당장 원청사용자들은 하청노조의 교섭신청에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따지겠다'며 노동위 판단을 받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하청노조 입장에선 원청과의 교섭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 하나가 이미 예고된 가운데, 하청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라는 장벽이 또 세워진 셈입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용자 측에서 노조가 없는 하청업체에 어용노조를 만들어 놓으면,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진짜로 교섭이 필요한 노조들은 교섭권 보장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교섭 창구 분리 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단일화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리를 결정하는 건 노동위라 실제 교섭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분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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