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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7일 16:5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공급과잉 상태인 철근산업에 대해 정부가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지만, 업계 반응은 소극적이다. 상반기 예정된 설비 감축 로드맵이 서둘러 구체화돼야 업계의 구조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 로드맵에 따라 재편에 속도를 낸 것과 유사하다. 다만, 철근업계는 석유화학 업계와 달리 탄탄한 재무와 철근 이외 다른 사업이 없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철근 수출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감축 계획 공개 후 3개월…업계는 시큰둥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철근 등에 대한 사업재편 촉진 여건 조성 계획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재편안은 사실상 설비 폐쇄에 따른 생산능력 감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조개편안이 나온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철근업체의 다수가 철근 단일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설비 폐쇄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게다가 설비 규모도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하위 업체로 내려갈수록 설비 1대 폐쇄가 주는 충격이 더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근 단일 사업 구조 상 설비 폐쇄는 사실상 사업 축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우려 때문인지 설비를 폐쇄해도 충격이 적은 업체가 선제적으로 철근 생산능력 폐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월
현대제철(004020)은 공식적으로 80만톤 규모의 인천공장 전기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의 철근 설비 생산량 감축분은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능력의 절반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사업 다각화가 잘 구축됐고, 최대 매출은 판재 등에서 나오기 때문에 철근 생산능력 폐쇄에 따른 충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업체를 제외한 업체 대다수는 설비 폐쇄보다 감산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감산은 추후 철근 수요가 회복된다면 시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부분 철근업체들의 가동률은 50~60%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감산은 일시적 처방일 뿐 구조정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2024년
한국특강(007280) 등 일부 업체는 철근 감산 분위기 속에서도 단독으로 증산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내 일부 이탈이 나타나면 감산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감산만으로는 낮아진 철근 수요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생산량은 2020년 4분기 246만톤에서 지난해 4분기 179만톤으로 27%가량 줄었다. 철근 재고는 같은 시기 35만톤에서 60만톤으로 크게 늘었다. 내수 철근판매량이 36%나 줄어든 탓이다.
국내 철근업계는 철근 수출로 부족한 내수 수요를 충당하고 있지만, 수출이 내수 수요 부족분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철근 구조개편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안 나온 로드맵…탄탄한 재무로 버티는 업계
철근업계는 재무 상태가 튼튼하기 때문에 감산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많다. 지난 몇 년간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의 공습으로 재무구조가 허약해진 석유화학업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설비 폐쇄 후발주자로 들어가도 급할 것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철근은 석유화학업계와 달리 중국산의 시장 잠식이 적었다. 철근 업체는 건설 현장과 같은 권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입산과 경쟁할 일이 적다. 업계는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자본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6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KISCO홀딩스(001940)는 전체 자산(1조6570억원) 중 부채(162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KISCO홀딩스는
한국철강(104700), 환영철강 등 철근업체의 지주사다. 와이케이스틸을 자회사로 둔
대한제강(084010)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에서 총부채 비율이 25% 수준에 불과했다.
조속한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돼야 업계 자율의 구조개편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상안과 구개편 시한이 확정돼야 업계도 반응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철근 구조개편 방안 공개 후 공문 발송 등 절차만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일부 철근업체들은 철근 사업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시장의 철근 과잉공급 문제 해소보다 개별 업체의 시너지 효과 발굴에 가깝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미국 제철소 건설에 철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국제강(460860)은 지주사
동국홀딩스(001230)의 데이터센터 투자 추진안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제강은 자회사를 통해 스마트팜 사업 진출을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근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시점에서 철근 단일 사업만 하는 업체가 선제적으로 철근 설비폐쇄에 나서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며, 추후 구체화된 계획안에 따라 향후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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