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4월 15일 17: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마린엔진(071970)(이하 현대마린엔진)이 지난해 STX중공업 시절의 장기 연체 매출채권을 대거 제각(회계장부에서 지우는 작업)했다. STX중공업 중국법인 청산에 따른 장기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그룹 경영 성과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과거 부실 채권이 대거 정리되면서 지난해 회사 채권 구조는 정상 채권 중심으로 채워졌다. 현대마린엔진이 지난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가 적극적인 부실 자산 정리 적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HD현대마린엔진)
대규모 부실 자산 정리 따른 신뢰도 상승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마린엔진은 지난해 장기 미회수 매출채권을 대거 제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각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매출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것으로, 과거 부실 자산 정리로 볼 수 있다. 이에 장기 미회수 채권에 설정된 대손충당금도 대거 축소됐다.
채권 제각 규모는 313억원이다.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2024년 말 45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원으로 줄었다. 대손충당금 일부는 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손충당금은 매출채권 회수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쌓아두는 손실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손실로 반영된 사안이라 제각 시 손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번 부실 채권 제각은 과거 STX중공업 시절 누적된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 제각의 결정적 원인은 STX중공업 중국법인 청산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HD현대 그룹 편입 전 STX중공업은 중국법인으로부터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있었고, 해당 법인이 청산되면서 매출채권도 함께 소멸된 것이다.
장기 연체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99%(장부가액 450억원 중 대손충당금 449억원)에 달해 제각 여건도 마련된 상태였다. 중국법인에 대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100%였다.
부실 채권 정리를 통해 매출채권 구성도 정상 채권 중심으로 바뀐다. 2023년 말 기준 회사의 유동 매출채권 장부금액 758억원 중 대손충당금은 413억원에 달했다. 실제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금액은 345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의 장부가액 합계는 693억원, 대손충당금 149억원을 반영한 순장부가액은 544억원으로 늘었다. 제각에 따라 장부 채권액과 실제 채권액 사이의 괴리가 줄면서 재무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장기 연체 채권의 역사는 STX중공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STX중공업은 과거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사세 확장에 성공했지만, 조선업황 불황 여파를 그대로 맞으며 법정관리에 빠졌다.
이후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STX중공업을 인수했다. 파인트리가 경영하던 시절 부실채권에 대한 정리는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고, 부실채권에 대한 정리 작업 필요성은 꾸준히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파른 실적 개선 속 부실 자산 정리 적기
조선업황이 완연한 회복가도에 접어든 점도 자산 정리 타이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그룹 편입 이후 회사의 장기 연체 채권 규모는 450억원에서 멈췄다. 조선업황이 회복과 함께 국내 최대 조선그룹으로 손바뀜이 나타나며 기업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편입 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마린엔진은 연결기준 매출 4024억원, 영업이익 759억원을 기록해 직전연도 대비 높은 실적 성장률을 보였다. 2024년 회사 매출(3158억원)과 영업이익(332억원) 대비 각각 27.4%, 128.6%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쌓인 매출채권은 정상 채권으로 분류된다. 과거 부실 자산을 정리할 경우, 전체 채권 구성에서 연체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정상 채권으로 채워진다. 자산 정리가 현대마린엔진의 경영 성과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재무제표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이는 대외적인 재무 신뢰도 제고에도 영향을 준다.
일부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환입도 나타났다. 이에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관비는 감소하며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현대마린엔진은 대손상각비 환입 18억원을 판관비에 반영했다. 직전연도에는 대손상각비를 추가로 40억원 쌓아 판관비가 증가했었다. 지난해 회사의 판관비는 267억원으로 2024년(364억원) 대비 1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HD현대 그룹 측은 <IB토마토>에 "2024년 STX중공업의 인수 당시 장기 미회수 채권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번 채권 제각은 STX중공업 시절 중국법인 청산에 따른 영향이 있다. 충당금이 과거부터 설정돼 있었던 까닭에 제각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