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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27일 17:1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금융 지원책을 내놓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안'의 중심에는 HD현대케미칼이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HD현대케미칼이 2028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영구채'라는 고비용 조달 수단을 선택한 데다 HD현대케미칼의 재무지표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HD현대케미칼)
정부, 영구채 카드로 재무 심폐소생술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지원책의 골자는 HD현대케미칼을 대상으로 한 신규 자금 1조원 지원과 기존 부채 1조원의 영구채 전환이다. 정부가 이처럼 이례적인 지원을 단행하는 이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72.3%에 달하는 HD현대케미칼의 부채비율을 시장에서 독자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준인 250%까지 낮추기 위함이다.
정부는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점을 이용해 HD현대케미칼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와 함께 HD현대케미칼 및 관계사의 기존 채무 7조 9000억원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금융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사실상 정부 주도의 강력한 재무 심폐소생술이 HD현대케미칼에 집중된 것이다.
정부는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011170)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자사 대산 사업장 부문을 분할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기로 한 것이다. 합병 후 HD현대케미칼의 지분 구조는 기존 HD현대오일뱅크 6, 롯데케미칼 4에서 5대 5로 재편된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가동할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110만톤 규모의 자사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연내 중단하며 구조조정을 위해 총대를 멨다. 합병법인은 롯데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고부가 제품 생산에 집중하게 된다.
정부 지원에 발맞춰 지주사들도 배수진을 쳤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 2000억원을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8000억원에서 4000억원이나 증액된 규모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장은 "총 1조원의 신규 자금 중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소요 자금 약 4300억원은 산업은행이 전담할 예정"이라며 정책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투입된 자금은 HD현대케미칼이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탄성·고유연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전량 사용될 계획이다.
영구채 이자비용 감당 능력 '의구심'
문제는 HD현대케미칼이 짊어져야 할 비싼 이자비용이다. 현재 HD현대케미칼의 1조원 규모 부채가 영구채로 전환될 경우, 기존의 평균 차입 금리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자본 확충 효과는 있겠지만, 기업이 매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오히려 수백억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1조원 가량을 영구채로 전환하면서 이자비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채 금리는 일반적으로 발행사 신용등급(민평금리)과 비교해 가산월 더해 최종 확정된다. 여기에 콜옵션과 스템업 등 발행 조건에 따라 금리 변동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HD현대케미칼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1395억원이다.
재무제표 주석의 차입금 현황을 분석해보면, 현재 HD현대케미칼의 산업은행 시설대(1조 9462억원) 금리는 3개월물 기준 +0.95~1.15% 수준이다. 현재 해당 차입금에 매겨진 금리를 감안한 실질 이자율은 약 4.6% 내외로 추산된다. 1조원의 부채에 대해 연간 약 460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를 영구채로 전환할 경우 금리는 가파르게 뛴다. 통상 영구채는 일반 채권보다 2~3%포인트 높은 가산금리가 붙는다. 영구채 예상 금리를 연 7.6%로 가정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기존 460억원에서 760억원으로 단숨에 300억원 가량이 불어난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본’이라는 명목을 빌려왔지만, 실제 현금 흐름상으로는 매년 300억원 가량의 생돈이 추가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여기에 영구채에 포함돼 있는 ‘스텝업(Step-up)’ 조항도 문제다. 스텝업은 발행 후 일정 기간(보통 2~3년)이 지나면 금리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조항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2028년 흑자 전환이 지연될 경우, HD현대케미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금리 이자 늪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2028년 흑자전환을 목표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황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흑자를 내더라도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영구채 이자를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 자칫하면 신규 투자를 위한 현금이 이자비용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HD현대케미칼이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전까지 고금리 부담을 어떻게 버텨낼지가 관건이다.
HD현대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영구채 전환 등 채권단 지원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지원 외에도 정부는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원가 절감 대책을 병행한다. 대산 석화단지를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해 전기료를 약 4~5% 낮추고, 직도입 LNG 활용 범위를 확대해 연료비를 완화한다. 또 원유와 나프타 수입 시 올해 말까지 한시적 무관세를 적용해 HD현대케미칼의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현재 80% 수준인 대산 단지의 설비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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