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조작기소 특검법)을 놓고 검찰 내부에선 무기력감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별도 특검을 만들어 동료 검사가 수사·기소한 사건을 뒤집고, 당시 수사팀을 기소 대상으로 삼는다는 구상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러면서도 10월 검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운명 앞에선 마땅한 대응책도 찾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4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조작 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한다는 취지입니다. 수사 대상 12개 사건 중 8개가 이 대통령 관련입니다. 핵심은 특검이 진행 중인 재판의 이첩을 요구하고 공소유지 여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사실상 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 대해 공소취소까지 가능한 겁니다. 조작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도 가능해졌습니다.
조작특검을 목전에 둔 검찰 내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때만 해도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비판 글을 올리고, 성명서를 돌리는 등 표면적으로는 의견표출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릅니다. 올해 3월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처리, 4월 박상용 검사 직무정지 등 검찰을 겨눈 조치가 연이어 이어지자 무기력감이 우선적으로 감지됩니다.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조작특검법을 놓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라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냥 '이거 너무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는 정도"라며 "(아직 법안만 발의된 상황이라) 내부 여론이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도 있지만,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더 직접적인 무기력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일단 검찰 내부적으로 상당히 무기력한 상황"이라며 "수사팀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일이 정치적으로 엮이고, 수사 결과가 공소취소나 '법왜곡죄' 수사 대상도 되니까 내부적으로 수사 동력을 완전히 잃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프로스에 글이 안 올라오는 것 역시 '어차피 의견을 내봤자 안 바뀐다. 10월엔 검찰청도 없어지는 마당인데, 괜히 나섰다간 찍힌다'라는 답답함이 너무 크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작기소 특검법 통과 후 특검이 정식 가동되더라도 '어떤 검사가 특검으로 갈 수 있겠느냐'라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조작기소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의 파견검사 정원은 30명, 전체 인원은 357명 규모입니다. 현재 2차 종합특검의 전체 인원보다 100명 이상 많습니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검사 30명이면 일선 지검 하나가 통째로 빠지는 규모"라며 "이미 종합특검에도 검사들이 많이 차출됐다. 더구나 이번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특검이 개입하는 데 대한 법리적 부담도 크다. 거기에 가고 싶어 할 검사가 있겠느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잇따른 특검 출범이 민생사건 처리에 미칠 파장도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미 민생사건에 관한 수사는 마비 상태"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만 주목이 받고, 99%의 일반 사건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는 10월 검찰 수사 기능을 대체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이를 지원하는 조직인 '중수청 개청준비단'이 4월30일 출범했다. (사진=뉴시스)
결국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한 발 빼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조작기소 특검법과 관련해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해달라"고 했습니다. 특검 수사는 필요하지만, 시기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겁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 대통령이 입장을 낸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 시기 혹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당내 여러 의견이 있다"며 "그 의견들이 어떻게 있는지를 판단하면서 내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