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협회장 인선 하세월…리더십 공백 장기화
2026-02-19 14:18:00 2026-02-19 15:55:39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지난해 10월5일 임기 만료 후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차기 회장 인선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관 출신 후보군이 형성되지 못한 영향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안이 산적한 만큼 업계를 이끌 적임자 선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장기간 인선 지연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이날 현재 차기 회장 모집 공고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사회 안건에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관련 사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신협회 정관 제6장 제30조 3항에 따라 정 회장은 후임 회장 선출 전까지 직무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통상 여신협회장 인선은 회장 임기 만료 약 두 달 전 이사회가 회추위를 구성하고 후보자 공모에 착수하면서 시작합니다. 이후 면접과 최종 후보 추천, 회원사 투표 절차를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합니다. 이 과정에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회장 선출 시점은 5~6월 이후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정 회장은 임기 만료 이후에도 약 8개월가량 직무를 이어갑니다.
 
여신협회장 인선 지연은 과거에도 반복됐습니다. 2013년 이두형 전 회장 임기 만료 이후 약 2개월가량 공백이 있었고, 2022년에는 김주현 전 회장 퇴임 후 약 3~4개월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2016년에도 공백 우려가 제기됐지만 협회가 신속히 후임을 선출하면서 실제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전례와 비교하면 이번 공백은 역대 최장기간입니다. 
 
업계에서는 인선이 지연되는 배경으로 금융당국 인사 정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지급 전용 결제계좌 등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현안을 풀어야 하는 만큼 대외 소통 능력이 검증된 관 출신을 회장으로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당국 인사가 완료되지 않으면서 적절한 관 출신 후보군이 형성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회추위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이억원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회추위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조직 개편 및 기능 조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이후에도 금융권 고위 인사이동 시기와 관료 출신 인사 거취 정리 등이 맞물리면서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적합한 후보군이 추려지지 않아 인선 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당국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회추위 구성도 진행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당국 인사 일정과 맞물릴 경우 선임 절차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신협회장은 회원사 투표로 선출되지만 실제로는 관 출신 후보가 선임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역대 13명 회장 가운데 8명이 관료 출신이었습니다. 2010년 회장직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이후 민간 출신 사례는 11대 회장을 지낸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유일합니다.
 
여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상 관 출신 인사가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해당 후보군 윤곽이 잡히지 않으면 회추위가 열리지 않는다"면서 "이번에도 물밑에서 관 출신 후보를 물색한 뒤 회추위가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안 돌파할 회장 와야" 
 
업계 현안이 산적한 만큼 차기 회장 선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정 회장이 직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규제 개선과 수익성 제고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 회장은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여러 차례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2024년 카드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습니다. 카드사와 핀테크사 간 형평성 문제로 제기돼 온 '동일업무-동일규제' 원칙 역시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숙원 과제인 지급전용 결제계좌 사업도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카드사가 계좌를 직접 운영하면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요. 정 회장 재임 기간에도 여러 차례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진전이 없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관 출신이든 민간 출신이든 업계 현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동안 소통 능력을 강점으로 평가받던 관 출신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라리 현장을 잘 아는 민간 출신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누가 오든 현안을 돌파할 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관 출신 인사들이 여러 차례 선임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수록 업계 대응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여신전문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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