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심제 강행에…장동혁, '청와대 회동' 거부
오찬 1시간 남겨놓고 '불참' 통보
대미특위 파행에 본회의도 보이콧
2026-02-12 17:31:45 2026-02-12 18:47:18
[뉴스토마토 박주용·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오찬 회동이 당일 갑작스레 무산됐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반발, 12일 예정된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을 거부한 탓인데요. 특히 장 대표는 오찬 예정 시간을 한 시간 남겨놓고 청와대에 불참 결정을 알렸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매우 유감"이라며 오찬을 취소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결례, 경악, 노답(답이 없음)"이라며 장 대표의 불참에 날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사위 강행 처리에 '항의'…장동혁 "밥상에 모래알 밥 내놔"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손으로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것에 응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오전에 오찬 회동을 제안받았고, 민생을 논의하자는 제안에 즉각 답을 드렸다"며 "그런데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재판소원 허용법과 대법관 증원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법원 재판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허용법'과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대법관 증원법'이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안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은 이미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와 묶어 이달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재판소원 허용법과 관련해 "3심제를 4심제로 바꿔 이 대통령의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설 명절 선물이 국민에겐 재앙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재판소원 허용법 등을 강행 처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는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의 '엑스맨'이냐"며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와 오찬하자고 하는 것은 밥상에 모래알로 지은 밥을 내놓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장 대표는 "대통령과 오찬이 잡히면 반드시 그날이나 전날에는 이런 무도한 일이 벌어졌다"며 "우연도 겹치면 필연"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앞서 지난해 9월8일엔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첫 오찬 회동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전날인 9월7일엔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이 담긴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유출돼 파장이 일었는데요. 장 대표가 '무도한 일'이라고 지적한 사례는 대법관 증원 방안과 관련된 내용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오찬 당시에도 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증원 등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최고위원들의 공개적인 '참석 반대' 의사를 표명도 장 대표의 오찬 회동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장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 이후 오찬 참석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논의 끝에 장 대표의 불참 선언으로 이날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은 무산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와대 "국회 상황 연계 부적절"…정청래 "이 무슨 결례"
 
청와대는 장 대표의 불참으로 오찬이 취소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장 대표가 마치 국회 상황을 청와대와 연계해 설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일정을 잡을 때 국회 상임위 일정까지 고려하고 어떤 법안 통과되는지 보면서 잡지는 않는다"며 "오래전부터 (여야 오찬 회동을) 청와대에서 검토했고, 설 명절을 앞두고 국민 통합에 관련된 희망적 메시지 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찬 회동을 준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청래 대표는 오찬 취소가 공식화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라며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힘, 정말 노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처리에 반발해 이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도 전면 보이콧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회의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민주당 단독으로 개의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명절을 앞두고 국민께 좋은 모습을 보일 기회였는데 한쪽에서 안 들어오는 파행적인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관리 특별법) 처리를 위한 첫 특별위원회의도 국민의힘의 반발로 40여분 만에 파행됐습니다. 민주당은 "국익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법사위 법안 처리 사태로 생긴 여야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설 연휴 이후 의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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