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둘러싼 지배구조 리스크가 전면 부각되면서 핵심 금융 계열사인 DB손해보험에 재무·거버넌스(지배구조) 부담이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행동주의펀드의 공개 압박과 지주사 전환 자금 수요까지 맞물리며 DB손보를 둘러싼 책임과 역할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일 김준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DB그룹 동일인(총수) 김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15개사를 DB그룹 소속 법인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허위 지정자료 제출'에 해당합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간접적인 지배력 유지와 사금고로 활용하기 위해 장기간 은폐해온 위장계열사로 보고, 대기업집단 시책 근간 훼손 정도가 매우 크다고 판단해 고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적발된 위장계열사는 △동곡사회복지재단 △삼동흥산 △빌텍 △뉴런엔지니어링 △탑서브 △코메랜드(옛 삼동랜드) △상록철강 △평창시티버스 △강원흥업 △강원일보 △강원여객자동차 △동구농원 △양양시티버스 △대지영농 △동철포장 △구미자원 등 15곳입니다. 현재는 폐업된 회사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김 회장과 총수 일가는 1999년부터 이들 회사를 DB그룹 계열사 현황에서 제외했지만, 조사 결과 최소 2010년부터 이들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그룹 경영권 방어와 사익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이들 재단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얼라인의 공개서한, 지배구조 논란 재점화
이번 사태로 DB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DB손보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행동주의펀드로 알려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공정위 발표 직전인 지난 6일, DB손보 이사회에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담은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DB손보에 투자해 지분 약 1.9%를 보유한 얼라인 측은 DB손보 주식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꼽으며, 다음달 3일까지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등 8가지 제안에 대한 공개 서면 답변과 밸류업 계획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재 DB그룹 지배구조는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두 갈래로 나뉩니다. 제조 서비스 부문엔 DB아이엔씨(DB Inc.)와 DB하이텍 등이, 금융 부문엔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생명보험,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 등으로 가지를 뻗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계열사는 그룹 전체 매출과 자산의 90%가량을 견인하는 핵심 회사들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DB아이엔씨는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43.71%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 금융 주력 계열사로 여겨지는 DB손보 지분율은 18.47%(DB김준기문화재단 지분 제외)에 그쳤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준기 창업회장 6.07% △김남호 회장 9.19% △김주원 부회장 3.21% △DB김준기문화재단 5.10%입니다.
얼라인은 "이런 지분 구조하에서는 회사에서 창출된 이익이 주주환원을 통해 비례적으로 분배되기보다 지배주주가 더 높은 지분을 보유한 DB아이엔씨로 이전될 유인이 존재한다"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관계 일치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DB손보를 통해 제조업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대금을 지급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얼라인은 2018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DB그룹 금융계열사가 DB아이엔씨와 DB FIS에 지급한 누적 내부거래 대금(상표권 사용료 제외)이 6020억원에 달하며, 동기간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된 누적 금액은 2203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단을 통한 거래 내역도 마찬가지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번 공정위 발표 자료에서도 "DB그룹 총수 및 총수일가(김주원 부회장)를 비롯해 DB하이텍, DB아이엔씨, DB손보 등이 재단과 수년간 자금, 자산을 거래한 내역이 발견됐다"면서 "재단 회사들은 총수 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 지분 확보, 경영권 방어 등에 수시로 동원돼 왔고 더욱이 총수에게 직접 자금을 대여한 사례까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DB손보, 그룹 리스크 '완충재'로 지목
DB그룹의 최대 현안인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DB손보를 통해 마련될 것이란 해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DB그룹은 여러 차례 지주사 전환을 요구 받았지만, 아직까지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법상 별도 기준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약이 자산 총액의 50% 이상인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는데요. DB그룹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최소 21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금이 필요하기에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DB손보를 통해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실제 3년여 전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총수 일가 배당금은 곧 1000억원대를 바라봅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은 2024년에만 DB손보로부터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총 1350억원의 배당을 챙겼습니다. 2022년 589억원, 2023년 679억원, 2024년 871억원입니다.
DB손보는 2024년 역대 최대 규모인 4082억원(주당 6800원)을 배당했는데, 최근 2025년 회계연도 결산 주당배당금(DPS)을 전년 대비 11.8% 상향한 7600원으로 정하면서 다시 한번 배당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 발행주식수 6938만4000주에 총수 일가 지분율 18.47%를 적용한다면, 지난해에 대해 총수 일가가 가져갈 배당은 대략 974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320억원, 김남호 회장이 485억원, 김주원 부회장이 169억원씩 챙겨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재단이나 위장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던 방식이 차단된 가운데 수익성이 좋은 DB손보 배당을 대폭 늘리고 있는 형국인데요. 그룹 리스크가 발생할수록 DB손보가 직·간접적인 지원 주체로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에 최근 불거진 총수 일가 사법 리스크나 위장계열사 논란은 투명성과 신뢰성 훼손 요인일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와 명확한 배당성향을 확립 및 공시 등을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에 나서야 하는 과제가 주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 고발에 따른 처벌 자체는 약하겠지만, 향후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또는 신사업 제약 등 추가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시장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입증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공시 및 공정거래 규제 체계의 엄격화가 예상된다"며 "투자자와 시장에 DB그룹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DB손해보험 사옥. (사진=DB손해보험)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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