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가상자산, 문제 해결 안되면 제도권 편입 어려워"
2026-02-09 17:09:09 2026-02-09 17:49:0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감독원은 2026년 업무계획을 밝히면서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오지급한 사태와 관련해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상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지목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도권 편입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정부 및 당국과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에 정책적 기조를 발맞추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보 시스템적 위험 요인을 향후 마련될 가상자산 법안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거래소도 기획조사 등 예고
 
금감원은 9일 오전 쇄신·신뢰·안정·상생·미래로 구분된 5가지 전략 목표 아래, 15대 핵심 과제를 선정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6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새해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빗썸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상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감독·규제 체계 보완과 법안의 효과적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빗썸은 금액 20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려다 2000 BTC(비트코인)을 오지급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만 62만개(60조76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원장은 빗썸 사태와 관련해 "고객 자산관리 보호 시스템, 사고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내부통제 설계 및 운영 적정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현장점검 중 일부라고 위법 소지가 발견되면 즉시 현장검사로 전환할 예정이며 검사 결과 위법 사항에 대해선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서도 고객 자산 보유·운영 현황,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점검 결과도 신속히 개선해 이용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가상자산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또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상자산시장의 주요 고위험 분야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기획조사에서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매매하는 '대형고래' 시세조종, 특정 거래소에서 입출금이 중단된 가상자산 종목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가두리' 수법 등을 점검합니다. 또 특정 시점에 물량을 대량 매집해 가격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경주마' 수법, 시장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주문을 이용한 시세조종이나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 부정거래 등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도입 준비반을 신설해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 지원 관련 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디지털자산업자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등 인가 심사 업무 매뉴얼과 이상 급등 가상자산을 초·분 단위로 분석해 혐의구간·그룹 등을 자동 적출하는 기능과 인공지능(AI) 활용 텍스트 분석기능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점검결과, 모범·미흡사례 공유 검토
 
국내 금융지주를 상대로 △최고경영자(CEO) 셀프 연임△이사회와의 참호 구축 문제를 질타하며, 상법 개정을 골자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제도 개선과 건전한 경영 문화 정착을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습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국내 금융지주가 주인 없는 회사라는 특성상 'CEO 셀프 연임'이나 '이사회와의 참호 구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한 이후 실무 작업반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논의 과제별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경과를 보고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감원 관계자들과 기자들 앞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금감원은 지난달 16일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은행권·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관계 기관과 함께 지배구조 선진화 공동 TF를 꾸렸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말 금감원에서 TF 결과를 발표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경영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면서 개정 상법 취지에 맞춰 사외이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대변하고, 주주들이 사내이사 경영진 활동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의 전문성·다양성·독립성 강화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 확보 △CEO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성과보수 체계 마련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19일부터 국내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금융)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검점 결과 발표에 대해선 "충실한 개선 방안 도출을 위해 TF에 반영하고, 주요 미흡 사례나 모범 사례를 은행권에 공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특별점검에선 특별점검에선 사외이사 혜택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뤄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빗썸부터 ELS·MBK·쿠팡페이 등 금융권 현안 공유
 
이 밖에도 은행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 등 현안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쿠팡페이와 쿠팡파이낸셜의 경우는 "1월에 정식 검사로 전환해 진행했지만 아직 검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관련해서는 현행 자본시장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받는 대신, 기존 금융위원회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금감원 특사경이 직접 인지수사를 하게 되면 수사 권한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엄격한 통제 장치도 마련할 것"이라며 "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특사경 업무 범위에 대해선 "민생금융범죄 중 불법사금융 분야 특사경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를 마쳤고, 회계감리나 금융회사 검사 분야에서는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지 않기로 금융위와 뜻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특사경과 관련해 금융위와의 주도권 싸움을 묻는 질문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누가 주도권을 쥐는지는 쓸데없고 부질없는 얘기고, 다투지도 않았다"며 "금감원의 모든 데이터 조사 자료는 기밀성이 있고 유출되면 큰일 나는 정보로, 신속한 보존이 핵심이라 여기(금감원 내 별도 수사심의위)에서 하자는 게 저희 입장이었다"고 답했습니다.
 
금융감독원 2026년 업무계획 발표 자료 일부. (사진=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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