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심 선고가 이번주 이뤄집니다.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서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한 이후 내려지는 두번째 1심 판단입니다. 법원이 동일한 판단을 내릴지 여부가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7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오는 12일 오후 2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의 선고 공판을 엽니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윤석열씨의 불법적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하고,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윤씨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습니다.
"국헌 문란 목적"...언론사 단전·단수, 국회 봉쇄
이 전 장관은 국회 봉쇄와 언론 통제라는 두 갈래의 조치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지시·전달한 인물입니다.
한 전 총리의 판결문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당일 자정 무렵, 경찰이 특정 언론사 5곳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전제 아래 단전·단수 요청이 있을 경우 소방청이 이를 실행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이 전 장관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경찰과 소방이라는 국가기관이 언론 인프라 차단에 연계 동원된 구조입니다. 이는 언론 보도의 내용이나 형식을 문제 삼는 차원을 넘어, 물리적으로 보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형법 제87조(내란)에서 규정하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해 고의 외에 요구되는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엄격한 증명사항에 속하지만, 확정적 인식이 아닌 미필적 인식이 있어도 성립됩니다.
쉽게 말해 '그런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라면 성립한다는 겁니다. 같은 법 제2조에는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9시13분쯤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휴대전화로 '헌법'을 검색한 뒤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로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9시19분쯤 대접견실로 다시 나와 휴대전화로 '정부조직법'을 검색했습니다.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23시36분쯤에는 '포고령이 발령됐으니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라'는 취지로 경찰에 지시했고, 이후 경찰은 순차적으로 '각 출입문 현 시각부터 재차 통제', '전원 통제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국회의원 포함해서 전부 통제'라는 지시를 무전으로 하달했습니다.
'국헌 문란 목적'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으로 드러난 피고인의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된 경위 등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또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 범죄가 성립하려면, '내란 실행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는지' 여부가 기준이 됩니다.
이 때문에 이 전 장관이 실행한 언론사 단전·단수 등 행위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었는지 여부가 이번 판결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지난해 10월17일 첫 재판에서 "내란 동조나 국헌 문란을 위해 단전 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라 만에 하나 문건에 적힌 대로 지시가 있을 수 있으니 먼저 안전에 유의하라는 취지였고 이를 경찰과 협력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이유로 한 조치라면, 왜 ‘특정 언론사 5곳’이었는지가 또다른 쟁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전 총리가 '절차적 외관' 형성에 집중했다면, 이 전 장관은 경찰과 소방이라는 실질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내란의 실행을 직접 지시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의 1심 판결문에는 "(윤석열과 김용현은)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을 시행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모의 및 준비했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단전 단수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기 때문에 죄질이 아주 안 좋다"며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민주주의를 단전·단수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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