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기호 선임기자] 유재수 금융위원회 전 금융정책국장이 16일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권투가 두 선수 간의 체력으로 갈리듯 달러인덱스는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원·달러 환율 1500원을 넘겨도 문제가 없을 만큼 우리나라 경제는 충분히 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전 국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과 미국 경제의 향후 동향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을 파악한 이후에 국내 환율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하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일본도 해외자산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환율이 90엔에서 160엔까지 오른 바 있는데 과거 기준이었다면 외환위기였다”고 비교했습니다.
원화 약세 배경으로 꼽히는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 현상에 대해 유 전 국장은 “서학개미 뿐 아니라 기업도 수출로 번 돈을 들여오지 않고 미국에 재투자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달러 수요와 원화 유출이 많다”고 분석한 뒤 “국민과 기업, 연기금의 해외자산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유 전 국장은 “미국은 적어도 내년 11월 중간선거까지는 ‘강달러’를 원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 약세 정책 위에서 버티면서 1500원 이상으로 넘어가게 두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O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해서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재정 마중물론’을 얘기하는데 누가 더 효과적으로 재정을 활용해서 성장을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환율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유 전 국장은 “환율 등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우리 경제를 약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이재명 정부가 처음에 상법 개정이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to Book-value Ratio)을 1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미국시장으로 이탈을 막은 것은 좋은 정책이었다”며 “전체적으로 정책기조는 잘 잡혀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AI 버블’과 ‘엔캐리’로 인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시장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을 갖고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도록 해야 되는데 위기로 몰아버리면 사람들의 행동을 야기해서 환율을 올릴 수도 있다”며 일부 유튜버의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행태를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경제동향과 환율 1500원 돌파에 대한 유 전 국장의 전망은 17일 오후 5시50분부터 진행하는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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