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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1일 18: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퇴직연금 자산 유출 우려가 커졌다. 통상 연말과 연초에 갱신 시점이 도래하는데, 롯데손해보험은 기업 신용도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데다가 신용평가사 두 곳으로부터는 등급 하향 대상에 등록됐다. 퇴직연금 자금 이탈이 현실화되면 유동성이 바로 타격받게 된다.
연말에만 ‘3조원’ 만기 도래…대규모 순유출 우려
11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퇴직연금 적립금이 상반기 기준 약 6조6000억원이다. 보험계약부채인 책임준비금 대비 50% 수준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퇴직연금 민감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적립금의 45%인 약 3조원 물량은 만기가 올해 말 도래한다. 보험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상품은 보통 계약 단위가 1년이고, 만기도 주로 연말이나 연초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 갱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022년 말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때 상품 금리(공시이율)를 낮게 책정하면서 자산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경험이 있다. 당시 이탈한 적립금이 3조원 정도였다.
이번에는 기업 신용도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 3등급, 자본적정성 4등급을 받고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권고 조치가 부과된 상태다. 자본 문제를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랐다. 롯데손해보험이 자본적정성 제고 계획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승인하면 향후 1년간 개선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경영개선권고에 따라 롯데손해보험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미상환 2건에 총 460억원)은 이자 지급이 정지된 상태다. 이는 채무불이행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시장에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두 곳에서는 이미 롯데손해보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한국신용평가 기준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변경됐다.
(사진=롯데손해보험)
유출액 많으면 유동성 '타격'…계열 외 물량 관리 '관건'
롯데손해보험의 신용 리스크는 자금조달부터 보험영업, 유동성 등 여러 분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퇴직연금은 유동성과 연관되는 사안이다. 보험사가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퇴직연금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 물량이 많다는 점은 자금 이탈 방어에 그나마 도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롯데손해보험 퇴직연금 구성에서 롯데 계열이었던 곳들의 비중은 약 40% 정도로 파악된다. 여기서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전략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계열 물량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보장이 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면서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경우 운용사가 이러한 조치를 받았다는 데 취급을 지양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즉, 계열 외 나머지 물량이 더 큰 문제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는 상품 금리를 높이는 전략이 있다. 고금리를 제공해 고객이 자금을 계속 유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만 상품 금리를 올리면 재무적 측면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서 2022년 말 사례에서 롯데손해보험은 빠져나간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로 메웠던 바 있다. 단기 자금 조달로 롤오버(차환) 하면서 방어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역시 이자 부담은 불가피하다.
보유 채권 매각도 방책이다. 이는 큰 규모의 자금을 차입 없이 끌어모을 수 있다. 다만 매각 과정에서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 매각으로 운용재원이 줄어들거나 자산이 변동하는 문제도 따른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말에는 다른 곳들도 퇴직연금 이슈가 있다”라면서 “계약 유지를 위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아직 이탈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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