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년 연장, '속도전' 아닌 '속도 조절'을
2025-11-12 06:00:00 2025-11-12 06:00:00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정부 국정 과제에 포함됐고, 여당과 노동계가 힘을 보태면서 '속도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실제 법정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 공약집을 보면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2025년 내 입법 및 범정부 지원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민주당도 지난주 당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관련 입법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대 노총도 기자회견을 통해 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대규모 시위까지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저출생·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에서 정년 연장은 시대적 과제다. 때문에 당위성이나 원칙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63~65세여서 은퇴 후 3~5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3년생)가 본격적인 은퇴 연령에 접어들게 됐는데, 이들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한 것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를 생각하면 마냥 속도전으로 추진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아버지·어머니 오래 일하게 하려다가 아들·딸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1년 연장으로 정규직 고령자 5만여명의 은퇴가 늦춰진다고 한다. 다만 그만큼 새 일자리도 감소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고령 노동자 1명이 늘면 청년 노동자 1명(0.4~1.5명)이 줄어든다. 특히 누구나 취업하고 싶은 대기업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은 무거움마저 느껴진다. 과거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층 고용이 16% 이상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노동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3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 8월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아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은 44만7000명에 달한다. 아버지·어머니 일자리 보호하려다 안 그래도 최악인 청년 실업이 더욱 나빠질 거라는 우려가 과장이 아니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세간의 시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년 연장이 미뤄둘 수 없는 과제라지만, 청년 일자리 활성화 또한 우리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나라가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이미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3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법으로 12년에 걸쳐 65세 정년을 추진했다. 또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노사 합의로 선택하게 해 유연하게 대응했다.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단계적으로 흡수하면서 사회 반발도 적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점진적 단계로 제도를 연착륙시킨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년 연장을 추진하되, 점진적 조정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점진적 정년 연장, 재고용 제도 활용, 연공서열식 임금 제도 개편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향후 한국 사회의 미래를 뒤바꿔 놓을 중차대한 사안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속도전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정치 일정에 따라 속도를 앞세우는 급진적 추진은 사회적 혼란만 남길 뿐이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든 이해관계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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