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당정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정부안 35%에서 25%까지 낮추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고배당을 유도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상장기업 주가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여당 내부의 '부자 감세' 비판은 당정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5 세법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제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연합뉴스)
당정, 최고세율 35%→25% 인하 무게
국회 예산정책처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5 세법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로 저율 과세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경우 종합소득에 합산돼 최고 45%(지방세 포함 49.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를 고배당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선 최대 35%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는 방침입니다.
배당 증대를 유도해 주식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최고세율을 정부안보다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상지원 추계세제분석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안 따르면 업종별 요건 충족 비율 편차가 상당하고, 주식양도세율보다 높아 배당 확대 요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당에서도 호응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런 조건 없이 무조건 분리 과세해야 한다"면서 "복잡하게 조건을 두면 해당하는 사람도 없고,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당정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더 낮추는 데 공감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선 25%까지 완화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지난 9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협의회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의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플렉서블(유연)하게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배당소득 최고세율 결정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기존의 정부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냐고 묻자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답하며 힘을 실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오는 13일부터 정부 세제개편안과 개별 의원이 발의한 안을 병합 심사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2월11일 제1차 조세소위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 박근혜 정부서 실패한 정책"
'부자 감세' 논란은 당정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배당소득만 2000만원이 넘는 대주주의 세 부담을 줄여줄 정책이라는 지적입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박근혜정부 때도 배당소득 우대 세제를 시행했었다"라며 "배당을 늘리기 위한 우대 세제 초지였지만 별 효과가 없음이 실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세율을 낮추면 자산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라며 "아예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체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대증요법을 하는 것"이라며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3.7% 수준으로, 배당해도 지배주주 몫이 적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지배주주가 배당 일부를 일반 주주에게 배분할 때만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주가가 오른 것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반도체 주문이 늘고, 상법이 개정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배당을 하라고 무리하게 감세를 해주면, 결과적으로 단기에 기업의 이익을 뽑아내려는 대주주만 혜택을 받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세법 개정 심사의 첫 관문은 오는 13일로 알려진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입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정부 세제 개편안과 개별 의원이 발의한 안을 병합 심사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기재위 조세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세율은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최종 정리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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