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민의힘이 사법 리스크의 정점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추경호 의원이 구속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당 중진 의원들이 무더기로 연루된 패스트트랙(국회 법안 신속처리제도) 사건 1심 선고도 임박했습니다. 실형이 선고될 경우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국힘 조이는 '사법 리스크'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의원 체포동의 요구서(체포동의안)는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입니다. 표결은 오는 27일이 유력합니다.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가결된다면 다음 달 초에 법원에서 추 의원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와 당사로 수차례 바꾸며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내란 특검팀은 영장 청구서에 추 의원이 윤석열씨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에 동조할 만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 의원과 국민의힘은 '정치 보복'이라는 입장입니다. 불체포특권까지 포기하며 특검의 정치적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추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임하겠다"라며 "정치적 접근, 민주당의 주문에 의한 수사 결과를 만들고 꿰맞추기 작업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내란의 공모라고 하기엔 소설을 쓰는 것이고 무리한 영장 청구"라며 "합리적인 법조인이라면 과연 영장을 발부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자신감과는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법원이 영장 심사에서 추 의원에 대한 구속 결정을 내리면 여권의 '위헌정당 해산'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이 추 의원 신병을 확보할 경우 공범 의혹이 있는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로 수사 대상을 넓힐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계엄에 부화수행하기 위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다면 그에 따른 처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라며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여지를 남겼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지난 5일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내란에 직접 가담한 국민의힘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정당 해산감"이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위치한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더기 실형 선고 시 지선 '위태'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의 화약고는 오는 20일 예정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선고입니다. 지난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처리를 막기 위해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는 등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4명이 기소된 사건입니다.
검찰은 지난 15일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이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징역 10개월·벌금 200만원 △김정재·이만희 의원 징역 10개월·벌금 300만원 △윤한홍 의원 징역 6개월·벌금 300만원 △이철규 의원 벌금 300만원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국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5년 이상 피선거권을 박탈당합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공동폭행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또한 의원직 상실로 이어집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 6·3 지방선거 전까지 의정 활동에 문제는 없을 예정입니다. 다만 대다수 당 중진 의원들로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장동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정조준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연루 혐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항소 포기를 압박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입니다.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정 장관에 대한 탄핵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올리는 중입니다. 법사위 소속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안은 국정조사까지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 장관의) 사퇴는 물론이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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