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의 시스템화)⑦(단독)금감원, '상품권 업체' 현장검사서 '60억대 거래' 확인
금감원, <뉴스토마토> 보도 후 16일 동안 상품권 업체 현장조사 진행
조사 통해 거래 규모 60억대인 걸로 확인…"입금 기록 누락" 추가 발견
문제의 상품권 업체, 금감원에 소명 자료 내고 "간헐적 입금 누락" 주장
금감원 "법령 위반 땐 수사기관에 통보"…국회 "신속히 수사 착수해야"
2025-11-07 15:09:58 2025-11-07 15:33:55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온라인 상품권을 발행·환불하는 방법으로 단 4일 만에 50억원의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A사에 대해 금융감독이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회사의 돈세탁 규모는 60억대에 이르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알려진 50억원보다 10억원 이상 더 많은 돈입니다. 금감원은 현장 조사 결과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고, 경찰 등엔 수사를 의뢰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A사에 대해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16일 동안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금감원은 이후 A사가 제출하는 소명 자료 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A사에 대한 현장 조사 과정에서 당초 파악된 것 외에 입금 내역 등에 기록되지 않은 추가 내역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A사 계좌엔 상품권 구입을 위해 입금한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이 회사 데이터에선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금감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렇게 드러나지 않고 누락된 돈세탁 규모는 10억원가량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앞서 10월1일부터 <(돈세탁의 시스템화)①(단독)개인정보 탈취·피싱 자금, 온라인 상품권으로 빠르게 현금화> 기사를 통해 A사가 9월18~21일 4일간 약 5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환불하는 방법으로 50억원의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입금은 됐는데 기록에서 누락된 돈까지 합치면, A사의 돈세탁 규모는 60억원대로 늘어납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도 "금감원으로부터 다 합치면 60억원 가까이 된다'라고 보고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기도균 성동경찰서 수사과장이 2024년 3월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상품권 업체와 공모해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 90억원 상당을 세탁한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억 누락에도 '거래 강행'?…'테스트' 주장 신빙성 의문
 
금감원이 A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한 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와 맞물립니다. 당시 국감에서 박찬대 의원은 본지 보도를 인용,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연 매출 1억원인 업체가 4일간 50억원 상품권을 발행·환불했다면 (자금세탁 의혹이 있기 때문에) 즉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곧바로 검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달부터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 20일 만에 국회가 움직였고, 금융당국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겁니다. 
 
금감원의 현장 조사는 애초 10월21일부터 31일까지 계획됐었습니다. 그런데 범죄 자금을 세탁하는 공모 정황을 찾겠다며 이달 5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이번 현장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A사가 10억원의 입금 기록이 누락된 중대 오류가 있었음에도 거래를 계속했다는 겁니다. 
 
A사는 그간 온라인 상품권을 발행·환불하는 방법으로 돈세탁을 한 것에 관해 '시스템 테스트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A사 내부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금감원에 제출한 소명 자료엔 10억의 입금 기록을 '간헐적 입금 누락'이라고 적힌 걸로 안다"면서 "10억원이나 되는 돈이 누락됐는데도 거래를 강행한 건 정상적인 테스트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상적인 시스템 테스트라면 입금 기록 누락과 같은 중대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즉시 테스트를 중단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A사는 10억원이라는 거액이 시스템상 기록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계속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사람이라면 금액이 누락되는 상황에서는 테스트를 중단했을 것이다. 10억원이 누락되는 것을 '간헐적'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본지는 지난 10월21일 보도한 <(돈세탁의 시스템화)②(단독)'돈세탁' 아니라던 상품권 발행사…실거래 내역 보니 '이상거래' 의심> 기사를 통해 A가 거래 내역엔 입금자 23명과 출금자 47명의 이름과 거래액이 전혀 일치하지 않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금감원 조사를 통해 10억원의 입금 기록 누락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A사가 온라인 상품권 발행·환불을 정상적 테스트라고 주장한 건 더욱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뉴시스)
 
금감원, 서면조사 진행 중…"법령 위반 땐 수사기관 통보
 
현재 금감원은 현장 조사를 마친 뒤 A사 대표가 제출한 소명 자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가 박찬대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금감원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A사가 내부적으로 이상거래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FIU에 의심거래를 보고할 의무를 다했는지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또 "검사 결과 A사의 금융업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며 "기타 불법 정황이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통보 등 적극적인 공조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사를 의뢰하면, 국회 차원에서도 경찰청에도 신속한 수사 착수를 별도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상품권 '돈세탁' 예방할 제도 개선 논의 확산될 듯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업체의 일탈을 넘어 온라인 상품권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입니다. 상품권 발행사가 개설한 가상계좌에 가상의 이름으로 입금을 하고, 환불은 다른 사람이 받는 구조는 겉으로만 봐선 일반 거래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상품권 발행과 환불로 이어지는 과정은 자금세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한 겁니다. 정상적인 마케팅 도구가 자금세탁 통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을 정리해 금융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라며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자금세탁에 악용되지 않도록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입법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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