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의 시스템화)⑥온라인 상품권, '별풍선' 위장…자금세탁 창구로 악용
온라인 상품권 발행사 A사 변호사, 직원 교육서 "별풍선처럼 상품권 후원금 활용"
"제대로 했으면 하루 500억원 가능"…정상 마케팅 넘어선 대규모 자금 이동 정황
금융권 "새로운 자금세탁 수법…정상 리워드와 자금세탁 구별할 기준 마련이 시급"
2025-10-31 14:49:34 2025-10-31 15:05:58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온라인 상품권이 '리워드'나 '후원금'으로 포장돼 대규모 돈세탁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단서가 잡혔습니다. 특히 유튜브 별풍선처럼 콘텐츠 후원 방식으로 위장해 하루 수백억 원의 돈을 옮기려는 계획이 드러났을 정도입니다. 
 
10월31일 <뉴스토마토>는 A사 법률대리인(변호사)이 자사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0월13일 진행한 교육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교육은 자금세탁방지(AML)에 관해 안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육 내용은 AML을 지키자는 것보다는 '문제없다'는 해명에 가까웠습니다. 교육에서 당시 A사의 변호사인 B씨는 "혹시 우리 직원들 중에 이런 영업 방식을 몰라서 오해하시는 분들 있습니까?"라고 말을 꺼내더니 "주주님들이나 이사님들조차도 이런 영업 방식을 모른다"며 "그만큼 이 영업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낮다"고 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계획하는 영업 모델 자체가 AML과는 관계없을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며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B변호사는 "게임 사이트에서 리워드를 주는 곳들이 우리 상품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이나 아프리카TV 같은 곳에서 별풍선처럼 우리 상품권으로 쏘게끔 만드는 영업을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B변호사는 구체적인 예시까지 들었습니다. 그는 "회원이 일정 금액 이상을 썼어요. 그럼 제가 상품권 20만원을 주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이와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상품권이 없나 보다"고도 했습니다. A사 상품권만이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거래 규모입니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당시 B변호사는 "이번 테스트는 10%밖에 안 됐다. 제대로 했으면 하루에 500억원을 거래했을 것"이라며 "그들(상품권 구매자)한테 500억원도 작은 돈"이라고 했습니다. 
 
또 "제 생각에 우리 물건 자체는 수조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5%만 우리가 잡는다고 해도 상당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한 달에 500억원만 판매해도 5% 수수료로 25억원"이라며 "전도가 대단히 밝은, 폭발적인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2024년 3월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열린 상품권 업체와 공모해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 90억원 상당을 세탁한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이 압수한 현금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별풍선 후원"이라더니…입금자≠출금자의 미스터리
 
정상적인 리워드 사업이라면 기업이 상품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고객이 해당 상품권을 사용하거나 환불받는 구조여야 합니다. 그런데 A사의 실제 거래 내역은 달랐습니다. 
 
지난 9월18일부터 21일까지 단 4일 동안 진행된 50억원 거래에서 입금자 23명과 환불 수취인 47명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김모씨는 8억9168만원을 입금했지만 7350만원만 받았고, 신모씨는 10만원을 넣고 1억5941만원을 받아갔습니다. '주식회사 S사'는 입금 기록이 없는데도 4억원을 출금했습니다. 
 
이는 리워드 사업이 아니라 자금 이동을 위한 통로였다는 의심을 사게 합니다. 실제로 B변호사도 교육에서 자금 흐름을 설명하며 "B2(총판)에서 B3(하위 대리점)로 가는 건 우리가 알 수 없다"며 "B3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50억원이 들어오고 다시 다른 B3에게 환불되는 과정"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기자와의 면담에서도 A사 대표는 "총판 넘어가면 우리는 모른다"며 "총판이 누구에게 상품권을 팔든 우리는 상관할 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리워드는 미끼"... 불법 리딩방의 '리워드', '별풍선 깡' 등 다른 범죄 도구화
 
불법 리딩방 등에서 실제 투자금을 유치하며 백화점 상품권 등을 지급하며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기존 상품권은 대량 구매 시 절차가 복잡해 A사가 활용한 방식이라면 더 많은 물량을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이전에 문제가 된 아프리카TV의 '별풍선 깡'과 같은 또다른 상품권 돈세탁의 창구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B변호사는 직원 교육에서 자금세탁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테스트 방식이 자금세탁 방식이 아니라고 강조 했습니다. B변호사는 실제 사례를 들어 "도박 자금 2억원을 변호사 계좌를 통해 세탁하려 했다"며 "현금 2억원을 만원짜리로 가득 채운 박스로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실제 현금이 있어야 자금세탁이 성립된다고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기업 간(B2B) 거래는 자금세탁과 무관하다"며 "계약서가 있으니 의심거래가 아니다. 금융망을 통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금세탁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법률 해석을 제시한 걸로 추정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AML 교육은 △의심 거래 신고 기준 △고객 확인 절차 △보고 의무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하지만 A사의 AML 교육에선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융당국 "새로운 형태 주목"…제도 개선 시급
 
이런 신종 수법에 대해 금융당국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10월21일부터 A사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며, 단순 거래 적법성을 넘어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리워드나 후원금은 정상적인 마케팅 수단이지만, 입금자와 출금자가 다르고 하루 수백억 원이 움직인다면 이는 마케팅을 넘어선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자금세탁 수법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도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면서 후원 문화도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정상적인 리워드 사업과 자금세탁을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지난 10월1일부터 온라인 상품권을 발행하는 A사가 4일간 50억원을 거래하면서 자금세탁을 했다는 의혹을 연속 보도해왔습니다. 본지 보도 이후인 10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금융감독원이 즉시 A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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