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동 무산 ‘뒤끝’?…트럼프 '재압박'
북한 선박·개인·기관까지 잇단 제재…경고이자 대화 신호
2025-11-05 17:12:36 2025-11-05 18:42:31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 여부에 기대를 모은 북·미 회동 무산 이후 미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연일 대북 압박 수위를 연이어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산 석탄 밀수에 가담한 선박에 이어 불법 자금 세탁에 관여한 북한 개인과 기관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차례 '러브콜'에도 대화가 불발되자 북한을 향해 '재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압박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전략적 의도라고 분석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 '억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정보기술(IT) 수익 자금 세탁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을 제재 대상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북한 국적자 8명과 기관 2곳이 제재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이중 장국철과 허정선은 암호화폐(가상자산) 530만달러(한화 약 76억원)를 포함한 북한 랜섬웨어 조직과 관련된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조직은 중국에서 IT 근로자 파견단도 운영하며 불법 자금도 세탁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북·중 사이에서 외화 송금 등을 지원해온 류정신용은행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북한과 연계된 조직은 지난 3년간 탈취한 자금은 30억달러(한화 약 4조3000억원) 이상입니다. 이밖에 허용철, 한홍길 등 중국·러시아 등지에서 외환 송금 등을 해온 북한 금융기관 대표들도 제재를 받습니다. 제재 대상으로 선정된 개인과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돼 미국 내 거래가 불가해졌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대북 제재 회피를 통해 국제적 사이버 범죄 등을 벌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제재는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을 억제하고 대북 제재 집행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도 갖습니다. 
 
앞서 미 국무부도 지난 3일 북한을 향한 조치를 감행,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수출 금지된 북한산 석탄·철광석을 운반해 중국으로 운송 및 하역한 선박 7척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제재안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회람 이후 다른 국가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부과 시점에서 5일이면 자동으로 제재 대상 지정으로 확정됩니다. 다만 북한과 밀착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이의가 있으면 제재안은 통과될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뉴시스)
 
내년 '3월 한·미 훈련'이 분기점…전문가 "강온 양면책"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APEC 정상회의 계기 개최 가능성이 제기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무산된 직후 단행됐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시아 순방을 나서기 전에도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100%"라며 재차 구애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반응하지 않으며 기대를 모았던 북·미 번개 회동은 끝내 불발됐습니다. 북한 측이 핵국가 지위 인정과 제재 해제 요구를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북·미 회동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전날 서초구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을 분기점으로 삼아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이 내년에는 미국과의 접촉에 가장 큰 우선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이 제시한 근거는 크게 3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재개 의지 파악 이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방러 여부 고심 △미 행정부의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 △김 위원장이 핵무장 관련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 등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화를 제안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다"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압박을 강화하지만 물밑에서는 대화를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북한과) 대화하자는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압박을 강화하는 우회적 수단을 쓰고 있다"며 "제재를 통해 '버티면 북한만 더 고달파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경고이자 압박을 통한 '강온 양면책' 전략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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