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피 가능" 빚투 권유한 금융위 '논란'
'주식 투자 옹호' 하루 만에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2025-11-05 16:08:12 2025-11-05 16:25:3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빚투(빚내서 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한국 증시가 급락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6% 넘게 빠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일 한 매체에 출연해  "빚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일종의 레버리지"라며 "지난 10년을 보면 주식이 부동산보다 훨씬 나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 차입투자의 정당성을 강조하자 시장에선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최근 주가가 5000포인트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과열 신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금융정책 수장이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권 부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한국 증시는 급격히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7%대 급락하며 코스피가 한때 3900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불거지면서 아시아 증시가 휘청인 것입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를 멈추게 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권 부위원장이 "부동산보다 주식이 낫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입니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추진하면서 부동산 금융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흐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정책 목적을 위해 위험자산 투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받는 것입니다. 
 
정책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이 실물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생산적 금융인데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라'는 식의 해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 불투명성, AI 거품 우려 등 리스크가 혼재하는 가운데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런 시기에 당국 고위 관계자가 차입투자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 자산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시장의 신뢰를 좌우한다"며 "당국이 부동산 과열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주식 쪽으로 자금이 가도 된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 독려가 아니라 리스크 경고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가계부채 리스크와 시장 변동성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빚투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우리 사회는 이미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많은 청년층이 빚의 덫에 빠졌다"고 꼬집었습니다. 김 교수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빚을 권장하기보다 건전한 투자 문화와 가계부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빚을 낸다는 건 곧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의미이며 그 대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현재 레버리지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만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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