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전연주 기자] 김건희씨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특검이 4일 김씨의 모친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를 불러 조사합니다. 두 사람은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왔습니다. 앞서 2023년에 경찰은 해당 의혹을 수사한 후, 최씨가 사건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보고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는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씨를 불기소했던 것과 달리 특검은 김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 기소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특검이 이번에도 기존 수사와 결이 다른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복역했던 윤석열씨의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해 5월1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가석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은 4일 오전에 최은순씨와 김진우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합니다. 특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불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아 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김진우씨가 특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서 출석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한 조사로는 첫 번째 소환입니다.
특검은 김건희씨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합니다. 이에스아이엔디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양평군 공흥리 일대에서 도시 개발 사업을 벌여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발부담금 등이 부과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사업 시한이 뒤늦게 소급되어 연장되는 등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수사 막바지에 이른 특검은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연일 소환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최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김충식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3일 오전부터는 이에스아이엔디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을 받는 양평군청 국장 안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습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의혹 고발사건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한 경찰이 2021년 12월30일 양평군청에서 확보한 박스 4개 분량의 압수물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6시간여 동안 양평군청 도시과와 토지정보과 등 유관부서 8곳과 전·현직 공무원 8명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최씨와 김진우씨가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지난 2023년 5월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진우씨를 비롯해 이에스아이엔디 관계자 등 5명을 조사한 뒤 검찰로 송치한 바 있습니다. 2021년 11월 한 시민단체가 김진우씨 등을 고발한 이후, 1년 6개월간의 조사를 거친 결과입니다.
다만 당시 경찰은 최은순씨, 이에스아이엔디에서 사내이사로 있었던 김건희씨에 대해선 불송치 결정을 했습니다. 이들이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본 겁니다. 또 당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에스아이엔디가 특혜나 편의를 바라고 양평군을 상대로 로비를 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진우씨의 경우 검찰로 넘겨진 후 기소됐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지만, 최근 특검의 요청으로 그에 대한 재판 절차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특검이 경찰의 기존 결론과 다른 수사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특검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건희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 대통령경호처 시설에서 김건희씨를 비공개 출장 조사한 뒤 10월 불기소 처분한 바 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외부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는 거치지 않았고, 결국 내부 의견에 따라 무혐의 종결됐습니다. 당시 김건희씨 조사 방식 역시 '황제 조사'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중앙지검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서울고검입니다. 윤석열씨 파면 이후 서울고검이 재수사 결정을 내렸고, 김건희씨가 주가 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결정적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수백개 확보했습니다. 이후 특검은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에 특검은 오히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검찰의 부실 수사가 있었다고 보고, 변호사 위주 특별수사관들로 팀을 새로 구성해 '봐주기 수사'가 있었는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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