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수사를 해야 할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채상병 특검은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에서 수사 방해 및 지연 의혹 혐의점을 발견하고 김선규 전 공수처 수사1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의 경우 국회 위증 혐의까지 받고 있지만, 공수처는 이를 인지했음에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김건희 특검에서도 검사 '술자리 의혹'이 일자 업무를 배제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이끈 한문혁 부장검사가 '주가조작 키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무가 배제된 겁니다. 검사들이 수사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검찰 개혁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나선 지난 15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상병 특검은 28일 "위증, 직권남용 혐의 관련 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는 오는 29일,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선규 전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는 내달 2일 예정돼 있다"고 했습니다. 특검은 지난해 당시 처장 대행이었던 김 전 부장검사가 '총선 전에 관련자를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장 대행이었던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 외압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윤석열씨에 대한 통신 영장 청구를 막은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공수처는 송 전 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건을 1년가량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합니다. 이에 특검은 오동운 공수처장에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오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송 전 부장검사는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종호 전 대표가 채 해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같은 달 10일까지 몰랐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오기 전인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이었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한 국회 법사위는 지난해 8월 위증 혐의로 그를 고발했습니다.
김건희 특검팀은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처분 등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본격 들여다보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수사검사가 사건 피의자와 연루되며 문제가 불거진 건 김건희 특검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이끌던 한문혁 부장검사가 해당 사건 수사 4년 전 김건희씨 계좌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대표와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26일 "특검으로부터 최근 관련 내용을 제공받아 곧바로 한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며 현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에서 수원고검 직무대리로 발령을 냈습니다.
이에 검사들의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검찰 개혁의 정당성이 부여됐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필성 변호사는 "지금 문제되는 사람들은 전부 검찰에서 간 사람들이다. 공수처도 검찰 감싸기 한 것 아닌가"라며 "검사를 보호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이 사례들이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도 내부에 대한 수사가 잘 안 된다고 하지 않나. 국민 주권적 입장에서 권력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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